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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이야기

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아드벡 ARDBEG" (6)

by 주류탐험가K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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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큰 아드벡 증류기

새로 지은 증류실은 넓고 깔끔하다. 유리창 너머로는 바다까지 훤히 보인다. 1년전부터 가동에 들어간 증류기는 새것 느낌이 들며 오래돼 색이 변한 구형 증류기와 달리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물론 모양과 형태는 구형과 달라지지 않았다. 1만 8270리터짜리 1차 증ㄹ규기 2대와 1만 6957리터짜리 2차 증류기 2대 모두 본체와 목 사이가 푹 들어간 랜턴형이다. 

 

1차 증류기와 2차 증류기 모두 상당히 키가 커서 구리 접촉과 환류를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키가 큰 증류기를 쓰면 무거운 기체는 쉽게 응축기로 넘어가지 못한다. 이런 기체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구리 표면과 만나 액체로 변하면서 아래로 떨어져 다시 증류된다. 이게 그동안 누누이 강조한 환류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키가 크고 목이 긴 증류기를 쓰면 보다 깔끔하고 가벼운 스피릿을 얻을 수있다.

의외의 실험결과

누구나 아드벡이라고 하면 강력한 피트부터 떠올린다. 당연하다. 라프로익이나 라가불린보다 더 강한 피트 몰트를 쓰기 때문이다. 라가불린이 대략 35ppm, 라프로익이 40~45ppm인 반면 아드벡 피트 몰트는 페놀 수치가 50ppm을 넘는다. 이런 이유로 아드벡을 피트 괴물, 피트 몬스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아드벡을 마셔보면 괴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피트가 강하게 느껴지기는 해도 무겁거나 텁텁하지 않다. 의외로 가볍고 깜끔하게 넘어간다. 피트 괴물이라는 말에 긴장했던 초보자들 중에서도 생각보다 마실 만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위스키 피트 수준을 말할 때 절대 기준처럼 제시하는 ppm 수치(피트 레벨)는 몰트에 포함된 페놀 함량이다. 이 몰트로 발효와 증류를 해서 뽑아낸 스피릿(증류액)의 페놀 수치가 아니다. 몰트 자체를 씹어 먹는 게 아닌 이상 스피릿의 페놀 수치를 따져보는 게 더 정확한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의외의 결과가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른바 '킬달튼 삼총사'의 몰트 페놀 수치는 '라가불린(35)<라프로익(40~45)<아드벡(50)'이다.

 

그런데 위스키 매거진 특집 기사에 따르면 세 증류소의 스피릿 페놀 수치는 라가불린이 16~18ppm이었고 라프로익과 아드벡은 25ppm정도로 거의 동일했다. 이 결과를 볼 때 발효와 증류를 거치는 동안 아드벡 페놀 수치는 50에서 25ppm으로 절반이나 떨어져 라프로익과 비슷해진 것이다.

아드벡은 왜 정화기를 쓸까?

강한 피트감이 있으면서도 의외로 가볍고 깔끔한 풍미. 이건 아드벡 증류소에서 의도한 것이다. "우리는 강력한 피트 몰트를 쓰지만 동시에 가볍고 과일 푸임가 많으면서 깔끔한 스피릿을 뽑아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풍미의 스피릿을 만들기 위해 쓰고 있는 특수 장치가 있다. 그건 2차 증류기 라인 암에 달려 있는 정화기이다. "키가 큰 증류기와 정화기는 아드벡 스피릿 개성을 이끌어내는 핵심 장치"라고 강조한다. 

 

정화기는 증류기에 달린 미니 응축기이다. 증류기에서끓어오른 알코올 증기가 응축기로 넘어가기 전에 한 번 더 걸러내는 자치이다. 이걸 달아놓으면 가벼운 기체만 응축기로 넘어간다. 무거운 기체는 정화기에서 액체로 응축되면서 파이프(환류 관)를 타고 증류기로 되돌아가 다시 증류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최종 결과물인 스피릿은 가볍고 섬세하고 깔끔해진다. 

 

정화기를 쓰는 증류소는 생각보다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모든 증류기에 정화기를 단 글렌 그란트이다. 또 아드벡과 탈리스커, 글렌스페이 등도 1차 증류기 혹은 2차 증류기에 정화기를 장착해 스피릿을 뽑아낸다. 정화기 작동 방식은 냉각수를 쓰는지 아닌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정화기로 가장 유명한 글렌 그란트는 차가운 물을 흘려보내 응축시키는 수냉식이다. 하지만 아드벡은 냉각수를 쓰지 않는다. 압력을 조절해 알코올 기체를 응축시키는 비수냉식으로 작동한다. 

 

키가 큰 증류기 그리고 정화기와 더불어 아드벡 스피릿 풍미를 완성하는 마지막은 스피릿 컷이다. 라프로익이 증류 초반에 나오는 초류를 45분간 길게 뽑아내고 라가불린은 30분만 뽑아내서 분리한다. 그런데 아드벡은 초류를 딱 10분만 잡아낸다. 이렇게 처음  10분간 흘러나온 스피릿만 초류로 잘라내고 바로 중류로 잡아내기 때문에 달달한 과일 풍미가 더 강조된다고 한다. 찰스맥클린 같은 전문가가 왜 아드벡 풍미를 " sweet & smoky(달콤하고 스모키)"라고 표현했는지 이런 스피릿 컷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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