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위스키이야기

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아드벡 ARDBEG" (4)

by 주류탐험가K 2024. 1. 9.
반응형

나무상자를 흔드는 까닭

몰트 분쇄와 당화, 발표 공정을 살피러 갔다. 제분기는 100년 넘은 보비 중고 제품을 쓰고 있다. 포르테우스와 마찬가지로 품질이 너무 좋아서 망한 곳이다. 포르테우스가 비교적 흔한 반면 보리를 쓰는 곳은 많지 않아서 왠지 더 반갑게 느껴진다. "증류소가 잠시 생산을 멈추는 시기(사일런트 시즌)가 되면 로니리가 배를 타고 아일라섬으로 건너와 제분기를 점검하고 아이랄섬에는 '희귀품'인 보비 제분기를 쓰는 증류소가 많다. 아드벡 말고도 브룩라디와 신생 증류소 아드나호 역시 구형 보비 제분기로 몰트를 분쇄한다. 

 

몰트 분쇄는 이른바 '황금 비율'인 2:7:1로 한다. 껍질이 20%, 중간 단계로 거칠게 분쇄한 그릿이 70%, 곱게 갈린 플라워가 10%이다. 증류소에서 정해늫은 비율대로 몰트가 잘 갈렸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샘플검사도구'인 상자를 흔히 볼 수 있다. 

 

뚜껑을 열면 상자는 3단으로 분리된다. 1단과 2단, 그리고 2단과 3단 사이에는 거름망, 즉 채가 달려있다. 제분기로 분쇄한 몰트를 이 상자에 넣고 2분 정도 힘차게 흔들면 1단에는 껍질이 남고 그 아래 2단에는 그릿이, 맨 아래 3단에는 밀가루처럼 곱게 갈린 플라워가 떨어진다. 

 

이렇게 세 가지로 분리된 몰트가 애초에 정한 비율(2:7:1 혹은 3:6:1)과 맞는지 확인하는 게 검사방법이다. 요즘은 몰트 샘플 검사를 기계 장비로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증류소에선 직원이 직접 상자를 흔들어 확인한다. 

 

칵테일을 셰이킹하듯 신나게 흔들면 껍질과 그릿, 플라워가 상자 안에서 각각의 단으로 분리된다. "몰트 분쇄 할 때 가장 유심히 살피는게 플라워 비율"이라며 "곱게 갈린 가루가 지나치게 많으면 당화할 때 당분을 충분히 뽑아내지 한다"고 강조한다. 

 

아드벡은 1961년에 제작한 5톤짜리 세미 라우터 당화조를 지금까지 쓰고 있다. 한 번 당화할 때마다 몰트 5톤을 쓰고 일주일에 26번 당화를 한다. 일주일에 쓰는 몰트가 130톤(26×5=130)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뚜껑을 잠시 열어줘서 당화조 내부도 들여다본다. 12개 수직 날이 달린 회전팔이 돌아가면서 분쇄된 몰트와 물을 섞고 있었다. 당화는 기본적인 3단계로 진행한다. 

 

첫번째 물, 퍼스트 워터는 섭씨 63.5도로 마줘 1만 8000리터를 넣는다. 두번째 물, 세컨드 워터는 섭씨 80도로 올려 1만 리터를 투입한다. 마지막에는 섭씨 85도로 가열한 물 2만 3000리터를 뿌려 다음 당화 때 쓸 첫번째 물, 퍼스트 워터를 확보한다. 

아드벡 흑맥주가 출시된 사연

아드벡 발효실은 두 군데로 나뉘어 있었다. 두 곳에 있는 발효조는 다 합쳐 12개로 모두 오레곤 파인(미송) 재질이었다. 발효조 용량은 2만 8000리터로 한 번 당화해서 뽑안앤 워트(맥아즙)를 발효조 하나에 채운다고 한다. 

 

증류소에서 흔히 말하는 '1mash(당화)-1 fermenter(발효)' 시스템이다. 1000리터당 1킬로그램 건조 효모를 넣고 66시간에서 72시간 동안 충분히 발효한다. 

 

발효가 거의 끝난 발효조 뚜껑을 열어 향을 맡아보면 "스모키 바나나 향이 날 것"이라고 말한다. 

 

아드벡은 수제맥주 사회적 기업 브루구더와 손잡고 아드벡 10을 만들 때 쓰는 피트 몰트로 포터 스타일 맥주를 만들어 내놨다. 동아프리카 말라위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출시한 이 맥주는 영국에서만 한정 판매됐다. 영국 '맥덕'들이 올린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 아드벡스러운 스모키 풍미가 살아 있으면서 다크초콜릿과 에스프레소 커피 느낌이 났다고 한다. 다시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드벡워시에서 느껴지는 스모키한 바나나 향을 제대로 담을 수만 있다면 환상적인 맥주가 탄생수 있을지도....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