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통을 바깥에 놔두는 이유
아드벡은 1977년까지 증류소에서 직접 몰트를 만들었다. 화로에서 피트를 때서 몰트를 말릴 때는 지붕에 달린 창을 거의 닫아서 피트 향을 품은 연기가 가마 안에 최대한 오래 머물게 했다. 이렇게 해서 페놀 수치 50ppm이 넘어가는 강한 피트 몰트를 생산해 위스키를 제조했다. 아드벡은 플로어 몰팅을 중단한 뒤부터는 라가불린이나 라프로익처럼 포트 엘런 몰팅 공장에서 50ppm수준의 피트몰트를 납품받아 쓰고 있다.
생산 시설 중 스피릿(증류액)을 오크통에 넣는 통입실의 "일주일에 네 번 통입을 하는데 빈 오크통이 오와 열을 맞춘 듯 반듯하게 놓여 있다. 대충 세어보면 120개쯤 되는 것 같다. 대부분 200리터 버번 배럴이었고 250리터 혹스헤드도 일부 있다. 대다수 증류소처럼 통입은 반자동화돼 있다. 오크통 구멍에 주유소 주유건처럼 생긴 걸 꽂아놓고 버튼을 누르면 설정한 양만큼 스피릿이 채워진다.
대략 200리터 정도인 버번 배럴은 여유를 남겨서 190리터쯤 채우고 있었다. 통입 장비에 유량계가 달려 있어서 오차 없이 정확한 양이 오크통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오크통에 스피릿을 채운 뒤에는 구멍을 마개로 막는다. 이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업자는 먼저 구멍에 마개 하나를 놓고 망치로 때려서 밀어 넣는다. 그런 다음 그 위에 천을 덮고나서 다시 또 다른 마개를 역시 망치로 쳐서 구멍 안으로 집어 넣는다. 스피릿이 새지 않도록 마개 두 개와 천으로 완벽하게 밀봉하는 것이다. 구멍을 막은 오크통은 굴려서 통입실 입구에 일렬로 늘어놓는다. 그러면 지게차가 와서 트럭에 오크통을 실어 숙성고로 가져간다.
스코틀랜드 증류소를 돌아다니다보면 이렇게 숙성에 쓸 오크통을 공터에 늘어놓고 비바람 맞도록 놔두는 걸 보게 된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사람들은 비싼 돈 주고 사 온 오크통을 왜 저렇게 방치하는지 의아해하기도 한다. 물론 증류소 사람들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스코틀랜드는 비가 유난히 자주 온다. 때문에 일부러 바깥에서 비를 맞게 해 오크통을 미리 불려놓는다는 것이다. 그렇게하면 스피릿을 채워 숙성고에 넣었을 때 증발량(엔젤스 셰어)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바닷가에 자리한 증류소에서는 오크통이 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을 맞게 되면 위스키 풍미가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마당에서 비를 맞고 있는 오크통 중에 덮개가 회색으로 칠해진 오크통은 "첫번째 재사용하는 오크통은 색을 칠하지 않고 두번째 사용하는 오크통은 회색으로 칠해 구별하고 있다"고 한다. 재사용 정도를 색깔로 구별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하는 곳은 아드벡뿐이 아니다. 로우랜드에 있은 오켄토션 증류소 같은 곳은 첫번째 재사용(흰색)과 두번째 재사용(노란색), 세번째 재사용(오렌지색)오크통 덮개를 전부 다른 색으로 칠한다. 또 다른 증류소에서는 숫자나 알파벳으로 재사용 횟수를 오크통에 적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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