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모어의 보물 창고 1번 숙성고
투어의 마지막은 보모어가 그토록 자랑하는 1번 숙성고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이미 얘기한 것처럼 '금고'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1번 숙성고는 증류소에서 가장 아끼는 캐스크만 넣어두는 보물 창고이다. '여왕의 캐스크'나 전설의 블랙 보모어가 탄생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바다와 맞닿아 있어 방파제 역할을 겸하고 있고 해수면 아래에 있다. 증류소가 처음 생길때부터 있었다고 하니 대략 250년이 넘었다.
숙성고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습기와 냉기가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 들것이다. 세계 곳곳의 증류소 숙성고에 대해 알아봐도 이곳 만큼 어둡고 축축하고 서늘한 곳은 없다. 유령이 나오는 공포 영화를 찍는다면 꼭 여기를 캐스팅할 것만큼 음습한 분위기이다. 환경이 사람이 머문다면 골병들기 딱 좋은 곳이다.
하지만 오크통에겐 오히려 최고의 조건이다. 어둡고 춥고 습하기까지 해서 위스키를 훔쳐 먹을 천사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니까 그렇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2010년대, 그리고 최근에 통입한 캐스크까지 시대별로 가지런히 높여 있다. 구석 어딘가에 이보다 훨씬 오래된 진귀한 캐스크가 꽁꽁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완벽한 균형과 조화
아일라 피트 위스키를 주야장천 먹던 시절 피트가 약한 보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맛이 없다고 느낀것보다 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시절엔 피트가 빵빵 터져야 진짜 아일라 위스키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더 많은 위스키들을 접하며 보모어의 개성과 매력이 뭔지를 알게되며 보모어의 균형과 조화를 알게 된다.
지나치지 않은 피트감과 지나치지 않은 과일 향, 지나치지 않은 달콤함이 어우러지면 얼마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드는지를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모든 맛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위스키. 결코 '오버스럽게' 나대지 않는 위스키, 그게 보모어의 진정한 매력이자 개성이다.
벌써 20여 년 전에 증류소를 찾아갔던 하루키는 보모어를 가리켜 "직접적인 자기주장은 없다. 그 대신 난롯불 앞에서 정겨운 옛 편지를 읽을 때와 같은 고요함과 따사로움 정겨움이 배어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하루키는 보모어를 마실 때는 "슈베르트의 긴 실내약을 들을 때처럼 호흡을 길게 잡고 음미해야만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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