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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이야기

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보모어 BOWMORE" (6)

by 주류탐험가K 2024.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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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구리를 사랑한다"

보모어는 증류소 남쪽 라간강에서 흘러온 물로 위스키를 만든다. 증류소 마당에 가면 강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수로를 타고 시원스럽게 쏟아져내려오는 걸 볼 수 있다. 라가불린처럼 피트를 머금은 황토 빛깔 물이다. 수로 옆 안내판에는 라간강 물이 증류소까지 어떻게 흘러오는지 적혀 있다. 읽어보면 구불구불 이어진 물길을 따라 7마일(약 11킬로미터)이나 되는 거리를 흘러온다고 되어 있다. 또한 라간강은 피트층은 물론이고 모래와 풀이 많은 지대를 통과해 흐르기 때문에 이런 모든 요소가 보모어 위스키 풍미에 영향을 준다고 돼 있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증류소까지 도찰한 강물은 데워서 물탱크에 넣어뒀다가 당화할 때 쓴다. 당화조 바로 옆에 있는 물탱크 2개는 특이하게도 스테인리스가 아닌 구리로 돼 있다. 왜 물탱크까지 구리로 된 걸 쓰는지 알아보면  구리가 항균작용을 하는데다 열전도도 잘 되기 때문이며 증류 설비가 아닌 다른 장비도 가급적이면 구리를 쓰고 있다고 한다. 

 

몰트와 물을 섞어 워트를 뽑아내는 8톤짜리 당화조도 본체는 스테인리스이지만 지붕은 구리로 돼 있었다. 당화조 구리지붕은 주라증류소에서 쓰던 당화조에서 지붕만 뜯어서 가져온 것이며 보모어는 유난히 구리를 사랑한다고 한다. 

발효조에 왜 사람 이름을 붙였을까?

당화공정을 살펴보고 나서 발효실을 보면 오레곤 파인(미송)으로 만든 4만 리터 용량의 나무 발효조 6개가 있다. 발효조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놓았다. 예를 들어 첫번째 발효조는 심슨이었고, 두번째 발효조는 무터였다. 이곳의 발효조 6개는 산토리로 넘어오기 이전까지 보 모어 증류소를 운영한 소유자 6명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그래서 첫번째 발효조는 창업자 이름인 심슨이고 맨 마지막 여섯번째 발효조는 모리슨이 된 것이다.

 

언젠가 "의미있는 존재에는 반드시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보모어 발효조가 딱 그렇다. 1,2,3 같은 숫자가 아닌 사람 이름이 붙어 있기에 더없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이미 흘러간 증류소 역사를 발효조 이름으로 남겨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보모어는 원래 평일에만 설비를 돌렸다. 하지만 판매가 급증하면서 2019년부터 주 6일 가동에 들어갔고 이듬해에는 일주일 풀가동으로 바꿨다. 증류소 운영 시스템이 바뀌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발효 시간이었다. 과거엔 평일 48시간 발표, 주말이 낄 때는 최대 100시간 발효했다. 하지만 주 7일 가동이 된 지금은 62시간으로 발효 시간도 통일했다. 보모어는 앞으로 발효조가 늘어나게 되면 발효 시간을 더 늘릴 계획이다. 

 

보모어 증류실에는 3만 리터 용량의 1차 증류기 2대와 1만 4000리터짜리 2차 증류기 2대가 가동되어 있었다. 모두 양파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형태였다. 라인암은 1,2차 증류기 모두 위를 향하고 있었다. 숙성에 사용하는 중류는 알코올 도수 74%에서 61%까지 잡아내고 초류는 35분 동안 끊어낸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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