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바닐라향5 위스키 이야기 "오반(Oban)" 오반의 증류소는 절벽과 항구에 면한 건물들 사이의 좁은 틈에 끼어 있어 살짝 남몰래 영업하는 곳 같은 인상을 풍겨, 오반이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려 애썼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칼빈주의적인 스코틀랜드에서는 존경받을 만한 인품이 중요한데 일부 사람들은 술이라는 존재는 단연코 존경받을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치부한다. 하지만 존과 휴 스티븐슨 형제는 그런 식의 생각에는 개의치 않았던 모양인지, 18세기말 아가일 공작이 집을 짓는 것을 명목상의 '부대조항'으로 내세워 99년의 임대를 제안했을 당시에 그 기회를 활용해, 결국엔 사실상 한 도시를 세우고 양조장까지 세웠다 이후인 1794년, 이 양조장은 면허를 취득한 합법적 증류소로 거듭났다. 적어도 스티븐슨 형제에겐, 위스키는 단연.. 2023. 6. 10. 패터캐른(Fettercarin) 하우 오브 더 먼스(킨카딘샤이어 내의 저지대)는 루이스 그래식 기번의 3부작 소설≪스카츠 퀘어≫의 배경이다. 농업의 황금시대 때부터 20세기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스코틀랜드의 변화상을 담고 있는 이 3부작은 20세기에 쓰인 책이지만, 이 땅의 신화적 연결성을 기리고 상실(뿌리, 믿음, 정치적 신념의 상실)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는 점에서 후기 낭만주의 책처럼 느껴질 만도 하다. 소설의 이야기 전개는 위스키의 부상과 같은 시기에 걸쳐져 있고 패터캐른이 자리해 있는 지역이 중심 무대다. 패터캐른 증류소 이야기 패터캐른 증류소는 해안이 내다 보이는 평지에 자리 잡고 있어 기번의 이야기 속 세지의 모델일 가능성이 있는 예쁜 도시의 외곽 지대지만, 그 뒤로는 산을 배경으로 등지고 있다. 로열 로크나가로 가는 길은 이.. 2023. 5. 20. 글렌버기 (Glendurgie) 13km 거리에 떨어진 밀튼더프와 마찬가지로, 글렌버기 역시 당시 소유주 하이람 워커가 로몬드 증류기를 설치해 놓았던 증류소다. 로몬드 증류기는 1955년에 알라스테어 커닝햄(Alastair Cunningham)이 고안한 것으로, 두꺼운 목 부분 안에 이동 가능한 베플판(조절판)이 장착되어 있다. 예전부터 이런 식의 증류기 설계가 더 묵직한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생각이다. 원래 커닝햄은 이런 설계를 통해 구상했던 것은 하나의 증류기에서 뽑아내는 증류액의 풍미 폭을 넓히려는 것이었다. 이론상으론, 베플판(조절판)을 조절하거나 물로 냉각시키거나 물을 적시지 않는 방식을 통해서도 다양한 유형의 환류를 일으켜 다양한 풍미를 생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 2023. 5. 15.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