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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디안 위스키 이야기 "김리 Gimli"

by 주류탐험가K 2023.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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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소들은 서로 밀집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돕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시장 인접지이거나 유통망 이용의 용이성에 따른 결과다. 그런 이유로 캐나다의 증류소들도 상당수가 대도시에 몰려 있다. 단, 김리는 여기에서 예외다. 김리는 같은 동종 업체들과는 아주 외떨어진 곳인 매니토바주에 자리해, 캘거리에서 1,500km , 윈저에서 2,000km 떨어져 있다. 증류소를 세울 때 따지는 또 다른 이유는 단 하나, 원료의 이용 용이성이다. 김리가 바로 이런 경우로, 지금도 여전히 인근 지역에서 재배한 옥수수와 호밀을 원료로 쓰고 있다. 

 

김리가 이곳에 존재하게 된 배경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던 1960년대의 호황 상황과도 얽혀 있다. 김리의 소유주인 시그램은 당시에 캐나다에 이미 4개의 증류소를 운영중이었다. 시그램 가문은 1878년에 온타리오주의 워털루에서 처음 증류업에 뛰어들었다. 1928년에는 몬트리올 기반의 브론프먼 가문과 사업을 합병했다. 브론프먼 가문은 증류업자이자 아주 잘나가는 유통업자였고, 당시에 유통업은 위스키에 목말라하는 미국인들의 갈증을 채워주기 위해 국경을 넘기 위한 간단한 방법이었다. 

 

노회한 사업가였던 샘 브론프먼은 존경받을 만한 사회적 지위에 목말라했다. 실제로 그가 생산하는 위스키들의 이름에도 그런 그런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바스 리갈(시바스 가문의 제왕이란 뜻임), 로얄 살루트, 그리고 1939년에 왕족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그가 군주에게 바치는 첫 번째 헌정품으로 내놓은 크라운 로열 등이 그런 예다. 

 

1980년대의 쇠퇴기 이후 시그램은 소유 재산을 대거 잃었고 1990년대 무렵엔 김리만 남게 되었다. 현재는 시그램마저 손을 떼고 떠나며 이 증류소는 디아지오의 소유하에 있다. 김리는 단일 브랜드 증류소이며, 그 브랜드가 바로 캐나다 위스키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크라운 로얄이다. 

 

김리는 캐나다에서 단일 증류소의 원액만 블렌딩하는 현상을 연구하기에 딱제격인 사례다. 김리의 원칙은 한 부지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풍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크라운 로얄은 옥수수를 베이스로 만드는 2개의 베이스 위스키를 쓴다. 

 

그중 하나는 비어 스틸에서 응축된 스피릿을 단식 증류기(주전자형 증루기)에서 재증류해 그 증기가 정류탑으로 바로 넘어가게 하는 식으로 만든다. 버번과 라이위스키는 비어 칼럼을 통해 1회 증류해서 만들며, 그 범상치 않은 코페이라이는 코페이 증류기에서 뽑아낸다. 

 

이렇게 만들어낸 증류액의 숙성에는 풍미를 입히기 위한 용도의 새 오크 통을 비롯해, 리필 캐스크, 코냑 캐스크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효모, 곡물 ,증류방식, 다양한 오크 통 그리고 시간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곳은 그야말로 블렌더의 천국이다. 풍미의 선택지가 극대화되어 있어, 굉장히 부드러우면서 꿀 풍미가 도는 크라운 로얄의 시그니처에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김리 시음 노트

크라운 로얄 40%

: 아주 힘 있고 달콤하다. 그렘 브륄레 향, 도취적이면서 잼 느낌이 나는 붉은 색과 검은색 계열의 과일 향이 나지만 뒤이어  새 오크 통의 향, 향신료 향, 오렌지의 새콤함이 다가온다. 

: 부드러운 질감과 꿀 같은 달콤함에 더해, 상쾌한 딸기 향과 희미한 호밀의 알싸함이 감돈다. 

피니시 : 호밀과 오크 풍미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가볍게 톡 쏜다. 

총평 : 부드럽고 온화한 데다 유순하기 그지없다.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기 시음 후보감 : 글렌모렌지 10년, 닛카 코페이 그레인

크라운 로얄 리저브  40%

: 오크 통의 기운과 숙성의 느낌이 전해진다. 크렘 브륄게, 연한 셰리, 계피, 블랙베리 향에 박하의 잔가지 향이 더해진 첫 향.

: 기름지면서 과숙성된 마고 맛. 꿀 같은 달콤함이 풍기다. 호밀풍미와 구운 오크 풍미가 신맛과 떫은 맛을 내준다. 

피니시 : 가벼운 호밀 특색으로 마무리된다. 

총평 : 달콤하고 실크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하우스 스타일을 띠는 동시에 떫은 맛도 더해졌다. 

차기시음 후보감 : 털러모어 d.e.w.12년, 조지 디켈 라이

크라운 로얄 리미티드 에디션 40%

: 호박색, 향이 서서히 열리며 육두구, 시나몬, 토피 향이 풍기고 여기에 사과 주스와 바닐라 향이 희미하게 감돈다. 근엄한 인상이다. 

: 보리 사탕,  호밀의 알싸함, 후추의 얼얼함, 자몽의 새콤함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기분좋은 무게감. 크림 같은 질감의 과일 맛.  알싸함과 더불어 순간적으로 풍기는 페퍼민트 맛.

피니시 : 미디움 바디의 크리미함이 점점 가라앉으며 후추와 오크향으로 이어진 후 시트러스 풍미로 마무리된다. 

총평 : 크라운 로열 라인 중에서도 최상급이다. 

차기 시음 후보감 : 크라운 로열 블랙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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