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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스 위스키 이야기 "요이치 Yoichi"

by 주류탐험가K 2023.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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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몰트위스키 증류소들은 혼슈 중보와 북동쪽 지역 곳곳에 퍼져 있으나 모두 도쿄에서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 이렇게 자리를 잡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교통 편의성과 주요 시장들과의 접근성 때문이다. 다만, 1곳 만은 여기에서 예외였다. 요이치만은 지도에서 홋카이도 북쪽을 찾아봐야 보인다. 아오모리와 하코다테사이를 운항하는 페리를 타고 가서 삿포로를 거쳤다가 또  서해안 쪽으로 50km를 가야 하는 곳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맞은편에 위치한 북녘땅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너도나도 모두 혼슈에 집중하던 와중에 일본 위스키업의 공동 설립자는 왜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을까?

 

타케츠루 마사타카는 줄곧 훗카이도에서의 위스키 생산을 이상으로 그려왔다. 홋카이도는 그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위치였다. 그는 일본의 수질에 대해 걱정하면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조차 때때로 양질의 물이 부족한 실정인데 우물을 파야만 물이 나오는 스미요시에 단식 증류기 공장을 세운다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일본의 자리를 감안하면 양질의 물을 꾸준히 대주고, 보리를 구할 수 있고, 연료나 석탁이나 목재 공급이 원활하고, 철도와 항로가 연결되어 있는 곳을 위치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는 모든 지표가 훗카이도를 가리킨다고 여겼으나 실용주의적이었던 그의 보스 토리 신지로가 시장과 가깝지 않은 위치라고 판단 내려 결국 야마자키가 설립되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게 된 진짜 배경은 아무도 모르지만 타케츠루가 요코하마의 양조장을 관리하러 자리를 옮겨가게 되었던 바로 그해에 그의 위스키 시로푸다가 출시되었다. 완전히 실패했던 일은 그저 우연의 일치인 듯하다. 그 위스키는 너무 묵직하고, 너무 스모키 했으며, 그다지 '일본적이지' 않았다. 

 

타케츠루는 1934년에 계약이 종료된 데다 오사카의 후원자들에게 출자를 얻어내게 되자 스코틀랜드인 아내 리타와 함께 마침내 북쪽의 훗카이도로 떠났다. 

 

표면상으로 내세운 목표는 사과주스 제조였으나 사실은 자신의 이상을 따르기 위해서였고 결국엔 산으로 둘러싸이고 거대한 잿빛의 차가운 동해를 바로 옆에 끼고 있는 어항 도시, 오이치에서 그 이상을 실현시켰다. 

 

그렇다면 1940년에 출시된 위스키는 어땠을까? 힘 있고 스모키한 스타일이었다. 토리의 관점에서는 '일본적'이지 않은 위스키였다. 현재 요이치의 길쭉하고 붉은색 지붕이 얹어진 가마에서는 일본산 피트를 태운 연기구름이 피어올라 이시카리 평원을 가르는 모습이 더 이상 연출되고 있지 않다. 일본의 모든 증류소가 그렇듯 몰트를 스코틀랜드에서 들여오고 있다.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닛카에서는 여전히 스타일의 가짓수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불투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피트 처리의 강도가 다양하고 효모 품종, 발효 시간, 컷포인트도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곳만의 명확한 차이점은 크고 묵직한 워시 스틸 4대의 하단부에 석탄불이 지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석탄을 다스리는 일은 일종의 예술이다. 증류 담당자는 늘 어떤 일이 생길지를 예상하여 준비하고 있따가 상황에 따라 불을 줄이거나 더 뜨겁게 불을 키우며 타오르는 불길을 계속 조절한다. 이렇게 공을 들인 결과로 최종 스피릿에 응축미가 부여된다. 웜텁은 물론, 겨울철의 -4˚C에서부터 여름철의 22˚C에 이르는 숙성 기온대도 최종 스피릿에 도움이 된다. 

 

요이치는 힘이 있다. 오일리하고 스모키하지만 향기롭다. 깊이가 있으나 명료함도 갖춘 덕분에 복합미가 확실히 드러난다. 무게감이 카루이자와의 견고함과는 다르고, 짭짤한 느낌이 있다. 때 때로 아드벡이 언뜻 느껴지면서도 블랙 올리브의 느낌도 있다. 그리고 훈연 향은 아일레이가 아니라 킨타이어로 데려다준다. 타케츠루가 일을 했던 쭉 눌러앉아 계쏙 일을 했을 수도 있었던 캠벨타운이 아른거릴 수도 있다. 요이치는 결코 복제판이 아니라 그저 일본적이라고만 말할 수 있으나 캠벨타운과 정서적으로 이어져 있기도 하다. 

 

타케츠루는 여전히 수수깨끼 같은 인물이다. 그는 실용주의자였을까? 낭만주의자였을까? 둘 다 아니었을까? 그가 홋카이도로 옮겨간 것은 단지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과거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지고 싶고 바닷가의 공기와 숨 쉴 공간이 필요한 마음도 있었던 것일까?

<요이치 시음 노트>

10년 45%

: 옅은 황금색, 깔끔하고 상쾌하다. 생생한 훈연 향, 그을음 내음과 약간의 짭짤함, 깊이감과 특유의 오일리함을 제대로 끌어내리려면 물이 필요하다. 

: 오일리함 덕분에 풍미가 혀에 착착 붙는다. 살짝 오크 풍미가 돌고 힘 있는 훈연 풍미에 이어 상큼한 사과 맛이 느껴진다. 

피니시 : 새콤함이 다시 한번 다가온다. 

총평 : 밸런스가 잡혀 있으면서도 어려 소다수를 섞어 맛보길 권한다. 

 

차기 시음 후보감 : 아드벡 르네상스

12년 45%

: 강렬한 황금색, 소금기 특색이 두드러지는 훈연 향이 바로 다가오다 희미한 마지팬 향이 이어진다. 10년 제품보다 더 묵직하면서, 꽃향기, 약간의 구운 복숭아 향, 사과, 카카오 향이 난다. 

: 오일리하면서 구운 사과 특유의맛이 뚫고 나온다. 케이크 같은 달콤함과 약간의 버터 풍미가 돌다가 캐슈너트와 훈연 풍미로 이어진다. 

피니시 : 스모키함이 점차 진전되어가고 있다. 

총평 : 해변가와 과수원 풍미 사이의 줄다리기가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 

 

차기 시음 후보감 : 스프링뱅크 10년

15년 45%

: 짙은 황금색, 훈연 향이 더 은은해졌고 이 증류소 제품 특유의 깊이 있고 진한 오일리함이 더 생겨났다. 시가, 삼나무, 호두케이크향, 뒤로 숨겨진 희미한 블랙 올리브 향

: 증류소 특유의 응축미가 한껏 발현되어 있다. 이번에도 혀를 덮어오는 오일리함이 풍미를 혀에 착 감기게 해 준다. 셰리 풍미가 돌면서 12녀 제품에서 느껴졌던 유제놀과 카카오 느낌이 이제는 아주 쌉싸름한 초콜릿 맛으로 진전되었다. 

피니시 : 살짝 짠맛이 난다. 

총평 : 강건하지만 우아하다. 

 

차기 시음 후보감 : 롱로우 14년, 쿨일라 18년

20년 45%

: 호박색, 강렬함과 해양성 특색이 느껴진다. 건조 중인 어망, 젖은 해초, 보트 오일, 랍스터 껍질의 향, 샌달우드 향과 농후하고 강렬한 과일 향, 타프나드(블랙올리브, 케이퍼, 안초비, 올리브유로 만든 페이스트)와 간장 향, 물을 희석하면 더 스파이시해져 호로파와 커리잎의 향취가 나타난다. 

: 깊이 있는 송진 풍미, 이제는 훈연 풍미가 짙은 블랙 오일의 특색을 비집고 나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놀라울 만큼 상쾌한 톱노트 사이로 가벼운 가죽 풍미가 풍긴다. 

피니시 : 아마인유와 희미한 향신료 풍미가 돌다 다시 스모키해진다. 

총평 : 힘이 있으면서도 그와 상반된 느낌이 공존한다 

 

차기 시음 후보감 : 아드벡 로드 오브 더 아일 25년

1986 22년, 헤비 피트 59%

: 황금색, 오렌지의 새콤함, 향료와 피트의 훈연향, 다육질의 과일, 블랙 올리브 향과 더불어, 자기주장이 강한 훈연 향, 부들레야(취어초), 하드 토피 캔디, 단맛의 구운 향신료 향이 어우러져 있다. 발사 향에서 나이가 엿보인다. 

: 강한 훈연 풍미가 풍기는 동시에 과일 케이크와 타르칠한 노끈 느낌이 견고한 조화를 이룬다. 깊이감과 복합미가 있지만, 온화함과 과일 특색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는 약간의 물이 필요하다. 

피니시 : 모든 복합적 풍미가 입안에 부드럽게 쌓인다. 

총평 : 대담함이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았다. 

 

차기 시음 후보감 : 탈리스커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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