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가벼운 스타일의 표본을 따르는, 1960년대 설립 증류소 짝꿍이 또 있다. 그중 한 곳인 토민톨은 1965년에 위스키 중개업체인 W. 앤드 S. 스트롱(W. & S.Strong)과 헤이그 앤드 맥레오드(Haig & MacLeod)가 에이번 강의 강둑에 터를 잡아 세운 곳이었고, 현재는 앵거스 던디(Angus Dundee)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 자리를 택한 것은 물 공급 때문이었을 것 같다. 주변에 증류소를 물을 대주는 수원지가 3곳이나 있으니 말이다. 아니면 원 소유주들이 이곳의 오랜 위스키 제조 역사를 황용 하려 했을 수도 있다. 인근의 폭포 뒤에 숨겨진 동굴은 한 때 불법 증류소의 보금자리이기도 했다.
토민톨
토민톨의 제품명 ' 더 젠틀 드램(The Gentle Dram)'은 살짝 온화한 성질을 띠고 있음을 암시해 주는 절묘한 이름이지만 또 한편으론 몰트 풍미에게 손해를 끼치는 면도 있다. 이 위스키는 몰티하지만, 이런 '몰티함'도 희박한 정도에서부터 거의 얼얼할 만큼 진한 정도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다. 토민톨은 그 중간쯤에 들며 곡물 계열 풍미의 중간 맛에서는 따뜻한 매시툰 향취와 외양간의 소들에게서 풍기는 달콤한 숨 내음이 연상된다. 강렬한 풍미를 띠는 뉴메이크는, 소프트 프루트의 풍미가 곡물의 상큼함에 대조 효과를 내준다. 그만큼 기운 왕성한 캐스크에서의 장기 숙성을 감당해 낼 만한 힘이 있다. 비교적 오래 숙성되면 느긋한 숙성의 전형적 특징인, 매력적인 열대 과일의 풍미를 띤다.
토민톨은 현지의 피트를 사용해 스모키한 제품도 만들어내는데, 그런 점에서는 우리의 위스키 여정에서 피트 습지대의 위치가 특정 향을 끌어내는데 얼마나 결정적인지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인 셈이다. 본토의 피트는 그 구 성 성분 대문에 섬에서 채취한 피트에서 내주는 히더나 해양, 타르의 느낌보다 장작 연기의 느낌에 더 가까운 스모키 함을 부여한다.
토민톨 시음노트
뉴메이크
향 : 가벼운 곡물, 오트밀, 달콤한 향이 깔려 있고, 메시툰의 풍미가 약하게 느껴진다. 달콤한 향이 입맛을 돋운다.
맛 : 풍미가 명확하고 기품 있으면서 달콤하며, 깔끔하고 푸릇푸릇한 특색이 그 중심을 잡고 있다. 아주 강렬하다.
피니시 : 몰트 풍미
10년 40%
향: 구릿빛, 상큼하고 살짝 몰티함, 에이즐넛, 여러 가지 과일 껍질향, 물을 섞으면 오벌틴 향이 풍긴다. 어린 느낌이다.
맛 : 달콤하면서 설타나, 감초의 흥미가 진하고 부드럽다.
피니시 : 농익고 달콤한 풍미.
총평 : 셰리의 영향을 받아 건과일의 부드러움이 배어나왔다.
차기 시음 후보감 : 오켄토션 클래식
14년 캐러멜 무첨가, 냉각 여가 비 처리 46%
향 : 옅은 밀짚색, 꽃 향(나팔수선화/ 프리지어)과 흰색 과일 계열의 신선한 풍미를 띤, 아주 가볍고 깔끔한 향, 미묘한 오크 향과 밀가루/ 막 구운 흰 빵의 냄새가 살짝 감돈다.
맛 : 바로 꽃 풍미가 느껴지면서 약간 배주스 맛도 난다. 중간 맛에서는 녹인 버터의 풍미가 이어지며 10년 숙성 제품보다 더 묵직한 느낌을 일으키면서 점점 입안을 꽉 채운다.
피니시 : 달콤한 풍미가 오래 이어진다.
총평 : 토민톨의 비장의 개성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한다.
차기 시음 후보감 : 링크우두12년
33년 43%
향 : 시럽처럼 진하고 말린 열대과일 풍미가 강하며 살짝 밀랍 풍미가 돈다. 물을 섞으면, 호화로운 향이 오래 이어지며 그을린 오크의 향이 살짝 풍긴다.
맛 : 씹히는 듯한 질감과 함께 맛이 겹겹이 층을 이루어 다가온다. 터져 나오는 온갖 과일 풍미가 아몬드 둘려진 마지팬 풍미를 선사한다. 물을 희석하면 오크 풍미가 크렘 앙글레즈와 프랑스풍 제과점 향기로 진전된다.
피니시 : 농익은 풍미가 오래 이어진다.
총평 : 오랜 숙성으로 부여되는 열대 과일 향의 전형적 표본.
차기 시음 후보감 : 보모어 1965
브레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증류소 부문에서 공동 1위인 브레발도 설립 배경이 불법 증류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1973년에 글렌리벳의 외진 마을 브레이스에 세워졌다. 플래건(포도주 등을 담는, 흔히 손잡이가 달린 큰 병) 모양의 계곡 지대에 숨은 듯 자리 잡은 이곳은, 래더 구릉지대와 접해있고 진입로가 보켈 언덕으로 막혀있다. 주변에는 오래된 실링(오두막) 잔해와 계절에 따라 소떼가 대규모로 이동했던 흔적들이 산재해 있다. 참고로 'braes'는 고지대 목초지를 가리키는 방언이다. 이 계곡에서는 18세기에 이르러 사람들이 정착할 무렵부터 이미 위스키가 생산되고 있었지만 브레이스에 합법적 증류소가 처음 생긴 것은 1972년에 이르러서였다. 브래발 역시 '후기 스페이사이드'의 가벼운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증류 과정에서 구리와의 접촉이 많은 편이지만 생산 제품은 포트 에일(pot ale, 증류를 마치고 나서 증류기에 남은 잔류물)이나 제라늄 향을 띠는 위스키치고 묵직함의 강도가 센 편이다.
브레발 시음 노트
뉴메이크
향 : 처음엔 에스테르 향이 돌고 그 뒤에서 마마이트 느낌의 향이 묵직하게 받쳐준다. 아주 잠깐 유화 냄새가 풍긴다.
맛 : 기분 좋은 무게감과 부드러운 맛이 느껴지다 뒤로 가면서 경쾌한 맛이 난다.
피니시 : 깔끔하면서도 아주 단순하다.
총평 : 싱그러움이 더 진해졌다.
차기 시음 후보감 : 토민톨 14년, 스페이번 10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