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합법적 위스키 증류 시대 이전에도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증류소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날의 스카치위스키 산업 출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1823년의 소비세 법 통과였다. 이 새로운 법규의 목표는, 자본이 하이랜드의 소규모 생산시설로 풀려 들어올 만한 조건을 촉진시켜 증류를 근절시키는 것에 있었다.
한 가지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법은 증류 기술자들의 선택지를 늘려주었고, 그 결과로 위스키의 풍미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마이클 모스(Michael Moss)와 존 흄(John Hime)이 스카치위스키산업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정리해 담은 글에는, 이점을 지적한 인상적인 대목이 나온다. "1823년에 새로운 법규가 제정되면서 모든 증류소가 워시의 도수, 증류기의 크기와 설계, 위스키의 질과 풍미 등에 대한작업 방식을 독자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조지 스미스(George Smith)가 지주에게 새로 증류소 면허를 취득하라는 압력을 받았을 때도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바로 그런 독자적 선택에 대한 구상이 있었다. 지주들이 더는 불법 증류를 눈감아주지 않을거라는 근거를 들어 법의 변경 착수에 일조했던 고든 공작이 스미스의 지주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놀랄 일도 아니었다.
스미스는 1817년 이후부터 글렌리벳의 황무지 고지에 위치한 어퍼 드럼인(Uper Drumin)농장에서 밀주를 만들었다. 위치상 단속이 어려웠던 이 지대에는 스미스의 농장 외에도 여러 밀조장이 성행했다. 이웃 밀조자들은 그가 새롭게 법적 지위를 얻은 일에 분개했지만(스미스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렇게 했던 것뿐이지만) 어쨌든 그 이후로 그는 흐임로운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발베낙의 맥그리거 일가 사람들과 같은 경로를 취해 묵직한 풍미를 고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미스와 그의 아들들은 예전의 불법적 방식에서만이 아니라 예전의 풍미로부터도 자유롭게 해방되었던 것 같다. 스미스는 가벼운 풍미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가능성을 포용했다. 이제는 보시도, 연기 가득한 동굴도 뒤로 한 채, 기술과 자본을 받아들였고 19세기 중반 무렵부턴 최초로 브랜딩을 도입했다. 그의 위스키 스타일은 특정 풍미를 상징하는 약칭이 되었고, 어느새 다른 증류소들이 너도나도 위스키명에 이 지역명을 붙인 명칭 'The Glenlivet'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스미스가 근처인 민모어에 더 큰 증류소를 세우면서 구(舊) 드럼인 증류소는 1858년에 문을 닫았고, 현재까지도 이곳 민모어를 터전으로 삼고 있다. 그 시대 이후로 규모가 대대적으로 확장되었고, 2009~2010년에는 역대 가장 과감한 개축이 이루어져 매시툰과 8개의 목재 위시백을 새로 교체하고, 3쌍의 새 증류기가 추가 설치되었다. (이로써 증류기가 총 7쌍으로 늘어났다.) 새로운 증류기는 스미스의 1858년 당시 설계를 그대로 따라 허리 부분이 꽉 조이는 모양이었고, 증류기의 추가 설치에 따라 이제는 연간 1,000만 리터(220만 갤런)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은 더 글렌리벳의 마스터 디스틸러 알란 윈체스터의 말이다. "새로 들인 브릭스(Briggs)매시툰은 모니터와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유리창이 있어서 위트의 투명도를 점검하기에 좋아요. 저희는 위트가 조금이라도 탁해져서 묵직한 곡물 풍미가 생기는 건 바라지 않아요. 이렇게 만들어낸 위트는 48시간 발효를 거친 후 저 증류기에서 구리와 접촉하며 과일, 꽃 계열 에스테르 풍미를 얻게 되고, 그런 다음엔 오크통에서 에스테르화 과정을 추가로 더 거칩니다. "
19세기의 기록에 따르면 스미스는 위스키ㅏ에 파인애플 특색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어릴 때의 은은한 꽃향기와 함께 사과 풍미가 더 글렌리벳의 결정적 특색인 것 같다. 하지만 더 글렌리벳의 본질은 특히 리필 캐스크에서 숙성되며 다져지는 섬세함에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주목할 만한 점이 또 있으니, 새로운 증류소 건물의 디자인이다. 글렌리벳은 오랜 세월에 걸쳐 언덕에 산업 시설 같은 잿빛 건물로 자리해 왔으나 이제는 파노라마 창에 다듬은 돌로 꾸며졌다. 앞쪽으로는 벤지네스를 마주하고 뒤쪽으로는 브레이스를 두르고 다시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더 글렌리벳 시음 노트
뉴메이크
향 : 중간 정도의 무게감, 꽃 향기, 약간의 바나나와 잘 익은 사과향, 은은한 아이리스 향이 깔끔하게 어우러져 있다.
맛 : 부드럽고 은은한 과일맛. 사과와 신선한 주키니 풍미
피니시 : 상큼하고 깔끔하다.
12년 40%
향 : 옅은 황금색, 재스민 차의 향이 물씬하고 살짝 토피향이 돌아 향기롭다.
맛 : 처음엔 섬세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경쾌한 초콜릿 맛이 다가온다. 사과 풍미에 이어 꽃. 메도 스위트, 포치드 페어의 향이 훅 밀려든다.
피니시 : 깔끔하고 부드럽다.
총평 : 가벼우면서 향기롭다.
플레이버 캠프 : 향기로움과 꽃 풍미
차기 시음 후보감 : 글렌킨치 12년, 아녹 16년
15년 60%
향 : 구리빛 도는 황금색, 샌달우드(백 단), 로즈우드(자단), 심황, 소두구의 향으로 아주 스파이시하다. 장미 꽃잎 향기
맛 : 천맛으로 다가오는 사과 맛, 꽃 가게가 연상되는 풍미, 온화하고 가벼운 느낌에 오크의 기분 좋은 떫은맛.
피니시 : 다시 되살아난 향신료 향, 시나몬과 생강 풍미
총평 : 프랑스산 오크의 사용으로 스파이시함을 끌어 올렸다.
플레이버 캠프 : 과일 풍미와 스파이시 향
차기 시음 후보감 : 발블레어 1965, 글렌모렌지 18년
18년 40%
향 : 짙은 황금색, 구운 사과 데메라라 설탕, 골동품 상점, 라일락의 향이 나고, 아니스 향도 가볍게 풍긴다.
맛 : 셰리 캐스크에서 더 오랜 숙성을 거쳐, 12년 숙성 제품보다 풍미가 더 풍부하다. 삼나무, 아몬드 꽃, 아몬티야도, 말린 오렌지 껍질의 풍미
피니시 : 사과와 올스파이스 풍미.
총평 : 뉴메이크의 풍미가 되살아나면서 더 풍부해지고 더 진전되었다.
플레이버 캠프 : 풍부함과 무난함
차기 시음 후보감 : 오켄토션 21년
아카이브 21년 43%
향 : 이 제품에서는 사과 향이 말린 사과의 느낌을 띠면서 뒤로 살짝 물러나 있고, 또 다른 과일(복숭아, 익힌 플럼) 향이 송진 느낌의 이국적 오크향과 함께 묻어 나온다. 물을 섞으면 아몬드를 살짝 뿌린 파네토네와 비슷한 향이 난다.
맛 : 달콤한 맛과 더 글렌리벳의 전형적 풍미, 이제는 사과 풍미가 데메라라 설탕으로 진하게 익힌 맛이 난다. 물을 섞으면 사과류의 단맛과 함께 스파시함이 드러난다.
피니시 : 길게 이어지는 생강 풍미
총평: 우수하고 숙성된 풍미를 띠면서도, 여전히 증류소의 개성을 발산하고 있다.
플레이버 캠프 : 과일 풍미와 스파이시함
차기 시음 후보감 : 클라이넬리시 14년, 발블레어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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