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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이야기 "아드벡(Ardbeg)"

by 주류탐험가K 202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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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음. 첫인상은 그렇다. 가장 먼저 굴뚝의 느낌의 휩쓸려 오지만, 뭐랄까 자몽 계열의 강렬한 시트러스 풍미도 있다 뒤이어 바위에 붙은 덜스(이 지역에서 자라는 해초) 느낌이 다가오고 바이올렛 향기가 확 몰려들었다가 바나나, 봄철 숲 속의 달래 향이 풍긴다. 아드벡 뉴메이크는 훈연 풍미와 달콤함, 검댕과 과일 사이의 밸런스가 예술이다. 그 특유의 향이 증류소 벽에 배어 있는 듯한 느낌도 난다. 그런데 그 달콤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일단 증류장으로 가보자.

 

이곳의 스피릿 스틸에는 배 부분에 라인 암과 이어진 파이프가 있는데, 응축액을 증류기로 다시 돌려보내는 용도다. 이런 식의 환류는 복합미를 생성시켜 줄 뿐만 아니라 증기와 구리의 접촉을 늘려 스피릿을 가볍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최종 결과물이 바로 달콤함이다. 

 

아드벡의 최근 역사는 위스키 산업의 부침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다. 위스키는 장기적 사업이며 경험과 낙관적 시장 예측을 토대로 재고분을 저장한다. 1970년대 말에는 맹목적 낙관론이 퍼져 있었다. 판매량이 떨어졌는데도 재고분이 계속 저장되었다. 급기야 1982년 무렵엔 위스키 재고가 너무 쌓여 도태시킬 증류소를 대거 선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드벡도 그 대상에 들었다. 1990년대에 이르자 아드벡은 잊힌 채, 유령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에 몰트위스키의 판매가 늘면서 1997년에 글렌모렌지가 아드벡과 그 재고분을 710만 파운드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에도 증류소의 재가동을 위한 비용으로 몇 백만 파운드를 더 투입했다. 

 

재가동에  들어간 아드벡에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글렌모렌지의 증류소 지휘자이자 위스키 크리에이터인 빌 럼스던 박사의 말을 들어보자. "발효 시간을 더 늘렸어요. 짧은 발효는 훈연 풍미에 아린 맛을 띠게 하지만 장시간 발효를 거치면 크리미 한 질감이 생기고 신맛도 좀 더 늘게 됩니다. 증류기도, 피트 처리도 예전과 똑같지만 스피릿에 약간의 변화가 생겨나게 되죠."

 

오크 통 사용 방침도 마려되어 미국산 퍼스트 필 오크를 더 많이 쓰고 있기도 하다. "주된 변화는 오크의 품질이 더 높아진 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본연의 매력에 살을 더 붙여줄 수 있어요."

 

이곳에서는 인수 후 비교적 긴 기간 후에야 글렌모렌지 소유 하의 첫 아드벡 제품이 출시되어, 'Very  Young', 'Still Young', 'Almost There' 등의 제품으로 스피릿의 점진적 진전 단계를 선보이고 있다. 

 

다음은 럼스던의 말이다. "제가 세운 목표는 원래의 하우스 스타일을 재현하는 것이었어요. '어린' 제품군은 진정성이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을 선보여주는 취지가 담겨 있었어요. 예전의 아드백은 그을음과 타르 풍미가 특징이었지만 일관성이 없어 해마다 차이가 나기도 했어요. 저희에겐 일관성이 필요했어요." 문제는 아드벡의 골수 팬층이 이런 비일관성을 축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이었다. 위스키 제조자들은 해마다 제품에 차이가 발생하는 걸 싫어할지 몰라도 위스키광들은 그런 차이를 아주 좋아한다. 이 두 그룹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것이 바로 밸런스 잡기라는 예술이다. 밸런스 잡기는 여러 가지 경이로운 특이함으로 보완되는 핵심 영역이다. 최근 출시된 강한 피트 처리 제품 슈퍼노바가 이런 밸런스 잡기의 좋은 사례에 든다. 

 

재고 프로필상의 구멍들로 창의력을 발휘한 불렌딩이 필요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아드벡은 숙성 연수 표기로부터 자유로워지기도 했다. "우가달은 옛 스타일을 이해시켜 주는 제품이었고, 또 아리 남 비스트는 제가 17년 장기 숙성에 바치는 오마주였죠." 럼스던의 말이다. 

 

요즘엔 이 증류소가 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되찾기라도 하다는 듯 으스대는 것 같은 인상도 든다. "증류소 자체가 생산 제품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경험으로도 가늠하기 힘들지만 저는 저희의 영향력이 30%정도 되고 그 나머지는 이 증류소 위치의 특색과 역사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이전의 자취 속에서 공감을 갖고 일해야 했어요. 어떤 점에선 증류소들도 살아있는 생명체입니다. "

 

아드벡 시음 노트

뉴메이크

: 단 향에 더해, 김/ 덜스와 해안 바위 사이 웅덩이 특유의 그을음 향이 은은히 묻어난다. 살짝 오일리하다가 피트의 훈연향, 덜 익은 바나나, 마늘, 바이올렛 뿌리, 토마토 잎의 향이 풍긴다. 물을 희석하면 크레오소트목(木)(타르에서 얻은 페놀류의 혼합물), 중국산 기침약, 용제 향기가 난다. 

: 힘이 있으면서 그을음 풍미가 돌고, 살짝 후추 같은 맛도 강렬하게 느껴진다. 중심을 잡아주는 달콤함, 이끼 낀 피트의 느낌과 자몽 맛.

피니시 : 귀리 비스킷 풍미.

 

10년 46%

: 스모키하면서도 달달한 향과 시트러스 향이 함께 풍기고, 에스테르 향도 숨겨져 있다. 해초와 신선한 해변 공기의 향취에 젖은 이끼, 산초 시나몬의 향기가 섞여 있다. 

: 첫맛이 정말 달콤하다. 라임 초콜릿, 멘톨, 노루발풀, 유칼립투스 풍미와 더불어 그을은 훈연 풍미가 힘 있고 풍부하게 다가온다. 

피니시 : 긴 여운 속의 피트 풍미.

총평 : 드라이한 훈연 풍미와 달큰한 스피릿 풍미 사이에서 밴런스가 적절히 잡혀 있다. 

 

차기 시음 후보감 : 스타우닝 피티드

 

우가달 54.2%

: 숙성 향이 풍부해. 검은색 과일 특유의 농축된 단 향과 흙내음이 풍긴다. 라놀린(양모에서 추출하는 오일)과 잉크 향기에 가벼운 고기향이 배어 있다. 물을 희석하면 녹차, 물박하, 당밀 향기가 올라온다. 

: 아주 힘이 있고 원초적이다. 이번에도 단맛이 나고, 짙은 훈연 풍미 사이로 알코올이 날카롭게 톡 쏘면서 우르릉 거리듯 달려드는 피트 풍미, 페드로 히메네스 셰리, 해안선, 크레오소트, 말린 과일의 복합적 풍미가 명확히 느껴진다. 

피니시 : 긴 여운 속의 건포도 풍미

총평 : 아드벡 중에 가장 육중하다. 

 

차기 시음 후보감 : 폴 존 피티드 캐스크

 

코린브레칸 57.1%

: 진중함과 더불어 힘이 느껴진다. 숯처럼 까맣게 태운 오크의 향, 붉은 과일 향, 사그라드는 불의 향취가 난다. 신선한 해변 공기의 느낌은 줄었고 고기 향은 더 진해졌다 

: 타르 느낌, 라타키아 담배/ 파이프 담배 연기와 오일의 풍미, 아주 걸쭉하지만 진짜 과일 로렌지 사탕 같은 단맛이 중심을 잡고 있다. 물을 희석하면 스모키 함이 더 명확히 드러나고 살짝 신맛이 난다. 

피니시 : 상쾌한 신맛이 돌면서 스모키하다. 

총평 : 육중하고 스모키하지만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 

 

차기 시음 후보감 : 발콘즈 브림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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