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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이야기 "글렌고인 Glengoyne"

by 주류탐험가K 2023.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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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준으로 지역을 가르든 간에, 다시 말해 스코틀랜드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지질학적 단층의 북쪽 땅으로 보든, 현재 법적으로 규정된 지역구분 방식대로 19세기 정치인들이 과세의 목적에 따라 그어놓은 자의적 경계로 보든 간에, 글렌고인은 하이랜드의 증류소에 든다.

 

글렌고인은 흰색으로 도색된 정갈한 농장 스타일의 증류소로, 캠시 펠즈 서쪽 끝의 화산전(화산관 내의 마그마가 경화되면서 생긴 생성물)인 덤고인 아래의 작은 계곡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남쪽으로는 푸른 들판이 펼쳐지다 글래스고 외곽지대로 이어진다.

 

이 증류소는 규모는 작지만 흥미로운 증류소다(위스키 초짜가 증류에 대해 배우기에 이상적인 곳이다) 이곳의 뉴메이크는 숙성을 거치면서 풀 향을 띠는 가볍고 강렬한 풍미와 부드러운 과일의 중간맛을 갖춘 개성을 서서히 발현시킨다. 증류소 책임자 로비 휴즈는 그 비결이 발효에서부터 시작되는 시간과 구리의 조합에 있다고 말한다. "최소한 56시간 발효시키면 워시에서 구리의 기운이 대부분 제거되면서 워시 스틸에 채워질 때는 남아 있던 기운 마저 줄어들어 견과류 느낌이 더 많이 생성됩니다"

 

증류 시간 역시 길어, 증류에서도 다시 한번 시간과 구리의 조합이 이루어진다. "저희는 구리와의 접촉을 최대화시키려고 해요, 더딘 속도의 증류는 구리와의 접촉을 최대화하여 에스테르 향을 늘려줍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주 저속의 증류를 하면서, 증류기가 과열되지 않게 해요. 덕분에 묵직한 성분을 많이 가진 환류는 목을 타고 넘어가 증류로 흘러 들어갈 만한 기운을 얻지 못해요. 저희 증류기는 스피릿 세이프까지 쭉 구리 파이프가 이어져 있기도 해요"

 

이런 생산 공정으로 중심을 이루는 과일 향과 활력이 함께 갖추어지는 덕분에 장기간의 숙성을 즐기면서 강렬한 개성을 충분히 발현시키고 퍼스트 필 셰리 버트도 잘 견뎌낼 수 있다. 글렌고린은 과거에는 무시받아온 편이지만 이제는 최정상급 대열에 들어설 가능성이 확실히 점쳐지는 증류소다.

글렌고인 시음 노트

뉴메이크

향 : 아주 강렬하고 경쾌하다. 풀 내음(달콤함 건초 향)이 가벼운 과일 향기와 어우러져 있다.

맛 : 단맛과 견고한 중간 맛. 기분 좋게 톡 쏘는 맛

피니시 : 조밀하고 억제된 듯한 느낌, 인스턴트 커피 풍미와 스파이시함

 

10년 40%

향 : 옅은 황금색, 곧바로 다가오는 셰리의 향, 베르쥬 향, 익지 않은 포도즙의 향기, 살짝 버터 느낌이 도는 스콘 믹스 향에 이어 황무지/ 푸릇푸릇한 고사리 향이 풍긴다. 

맛 : 가벼운 깔끔함과 아주 드라이한 맛이 느껴지다 중간에 단맛이 퍼져 나온다. 물을 타면 케이크 같은 맛이 난다.

피니시 : 조밀한 느낌과 함께 점점 드라이해지고 스파이시해진다. 

총평 : 뉴메이크를 통해 예상한 대로 가볍지만, 활기찬 개성 속에서도 깊이감이 배어있다.

 

차기 시음 후보감 : 스트라스아일라 18년, 로열 로크나가 12년

 

15년 43%

향 : 셰리의 특성이 우아하게 발현되어 있고, 글렌고인 특유의 스파이시함이 상쾌함을 더해준다. 에스테르 향이 풍기면서, 그 밑으로 헤이즐넛과 설타나 향과 더불어 노골적인 셰리 캐스크 풍미보다 미미한 신화 느낌에 가까운 향이 감돈다. 

맛 : 농익은 풍미와 온화파고 달큰한 향신료 맛이 어우러져 있다. 맛이 여러 층을 이루면서 아주 깨끗하고 달콤한 과일 맛을 내보인다. 물을 타면 우아한 풍미가 피어난다.

피니시 : 복합적이고 길다.

총평 : 더디게 숙성되는 싱글 몰트다. 지금은 두 번째 숙성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차기 시음 후보감 : 크레이겔라키, 더 글렌로시스 케르쿠스로부르

 

21년 43%

향 : 훨씬 더 농후해졌다. 버섯 향과 은은한 안장용 오일 향. 과일케이크와 희미한 올스파이스 향기. 말린 블랙베리 향, 뉴메이크에서 느껴졌던 중심부의 견고함이 여전히 살아있다. 

맛 : 얼그레이 차 맛에 말린 장미 꽃잎 느낌이 어우러져 있고 몰트 풍미가 이제는 몰트 추출물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을 타면 말린 라즈베리 맛이 살포시 드러난다 

피니시 : 텁텁한 느낌이 남는다. 

총평 : 섀리 캐스트의 기운이 이제는 주도적으로 나서 있지만 그 밑에서 증루소의 개성이 여전히 진전되고 있다. 

 

차기 시음 후보감 : 탐나불린 1963, 벤 네비스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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