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로비 듀 샘물
방문자 센터 밖으로 나오면 증류소를 관통하는 물줄기가 보인다. 증류소 옆에 있는 피딕강에서 흘러온 물이다. 글렌피딕에선 이물을 냉각수로만 쓰고 있다. 증류소에서 냉각수가 왜 필요하고 어떨 때 사용하는지 궁금한 분이 있을 것이다. 냉각수는 한마디로 증류소 설비 가동에 필요한 물이다. 예를 들어 뜨거운 워트(맥아즙)를 발효조에 넣기 전에 식히려면 열교환기에 냉각수를 넣고 돌려야 한다. 또 증류기를 통과한 증기를 액체 상태 스피릿(증류액)으로 뽑아내는 응축기를 가동할 때도 냉각수가 필요하다. 다만 냉각수는 설비 가동에만 쓰기 때문에 위스키 풍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냉각수 말고 위스키 제조에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물은 어디서 가져오는 걸까? 글렌피딕에선 경치 좋기로 소문난 콘발힐에 있는 로비 듀 샘물을 끌어와 사용한다. 위트를 뽑아내기 위해 당화조에 넣는 물도 당연히 로비 듀 샘물이다. 증류를 마친 스피릿을 오크통에 넣을 때나 숙성을 끝낸 위스키를 병에 담을 때에도 로비 듀 샘물로 도수를 맞춘다. 맑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로비 듀 샘물을 당화에서 병입까지 모든 공정에 사용한다는 것은 글렌피딕의 큰 자랑거리다.
압도적인 생산 설비
'NO.1 싱글몰트' 글렌피딕의 생산 설비는 압도적이다. 세계 시장에서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글렌피딕은ㅇ 2015년 말부터 설비 확장에 나섰다. 4년 넘게 걸려 2020년에 끝난 확장 공사를 통해 연간 스피릿 생산 가능 규모를 2100만 리터까지 끌어올렸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다른 유명 증류소 몇 곳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한창 잘나가는 맥캘란의 스피릿 생산 가능 규모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2022년 기준으로 1년에 최대 1500만 리터이다. 그럼 글렌모렌지는 어떨까? 710만 리터 정도이다.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증류소 가운데 생산 규모에서 글렌피딕과 대적할 수 있는 곳은 라이벌 글렌리벳밖에 없다.
발효에 필요한 워트를 뽑아내는 당화, 글렌피딕은 10톤짜리 스테인레스 당화조(매시튠) 4개를 쓰고 있다. 이중 2개는 원래 있던 것이고 2개는 설비를 확장하면서 새로 설치한 것이다. 어떤게 구형이고 어떤게 신형인지는 가이드가 알려주지 않아도 누구나 구별할 수 있다. 최근에 설치한 것은 당화조 구리 지붕 빛깔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당화조가 2개뿐이던 예전에는 하루에 8번(2개 당화조 × 4번가동 = 8번) 당화 작업을 했다. 지금은 당화조 2개가 늘었기 때문에 하루에 16번 (4개 당화조 ×4번 가동 = 16번) 워트를 뽑아낸다. 10톤짜리 당화조 4개로 하루에 16번 당화를 하기에 몰트 사용량도 엄청나다. 하루 동안 쓰는 몰트가 총 160톤(10톤 × 16번 당화=160톤)이나 된다.
발효조가 작아 보이는 까닭
당화 공정뒤에는 발효실이다. 발효조가 끝도 없이 보인다. 모두 몇 개나 될까? 가이드는 원래 32개였는데 48개로 늘렸다고 한다. 발효조만 48개라니..... 역시 1등 싱글몰트 증류소는 다르다. 발효조는 늘렸지만 요즘 트렌드인 스테인리스 발효조는 쓰지 않는다. 48개 모두 나무 발효조이고 목재 품종도 똑같다. 미송 혹은 오레곤 파인이라고 부르는 더글러스 퍼로 만들었다. 더글러스 퍼 발효조는 단단하고 잘 새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무 발효조 평균 수명은 대락 20년 정도이다. 하지만 목재 상태에 따라 30년 이상 쓰기도 하고 50년 이상 바꾸지 않는 곳도 있다.
증류소에서 발효조를 처음 본 사람은 "생각보다 좀 작은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발효실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발효조의 전체가 아니라 일부이다. 발효조 상단 부분만 노출돼 있을 뿐 중간과 밑 부분은 발효실 아래층까지 깊게 설치돼 있다. 글렌피딕 발효조도 마찬가지다. 얼핏 보기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높이가 5미터에 달한다. 전체 용량도 4만 9900리터이다. 용량이 4만 9900리터라고 해도 한가득 채우지는 않는다. 워트를 욕심껏 잔뜩 넣으면 발효 도중 기포가 넘쳐버릴 수도 있어서다. 글렌피딕의 경우엔 1만 리터 정도 여유를 둬 4만 리터까지만 채운다.
글렌피딕 증류소 평균 발효 시간은 72시간이다. 가이드는 "날이 더워 발효가 빨리 진행될 때는 68시간에 마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글렌피딕에선 스카치 업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마우리효모를 쓴다. 한 번 발효할 때마다 액상 효모 230리터를 넣는다. 발효가 끝난 워시(발효액)의 알코올 도수는 9~1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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