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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킬호만 KILCHOMAN" (3)

by 주류탐험가K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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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스완 박사의 조언

당화와 증류가 함께 이뤄지는 증류실은 구조가 특이하다. 증류실로 들어가면 보리 농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왼편 창가쪽에 당화조 하나와 1,2차 증류기 한 쌍이 설치돼 있다. 또 반대편에도 당화조 하나와 증류기 한쌍이 놓여 있다. 왼편이나 오른편이나 설비 크기와 형태가 쌍둥이처럼 똑같다. 

 

통로를 기준으로 같은 설비가 마주보고 있는 구조이다. "원래 한쪽에만 당화조 하나와 증류기 한쌍이 있었지만 생산량이 늘면서 설비를 늘려야 했다. 그래서 똑같은 증류기와 당화조를 거울에 비춘 것처럼 한 공간에 설치했다"고 설명한다. 

 

생산량이 적은 증류소이기에 당화조는 1.2톤짜리 소형을 쓴다. 6시간 당화해 뽑아낸 워트(맥아즙)는 아래층 발효실로 옮겨진다. 발효조는 꾸준히 늘려서 2022년 말 현재 16개를 가동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창업자 앤서니 윌스 인터뷰에 따르면, 처음 증류 설비를 마련할 때 가장 고심했던 게 발효조 재질이었다고 한다. 

 

나무와 스테인리스 중 어떤 걸 써야 할지 고민하던 앤서니는 스카치 전문가 짐 스완에게 연락했다. 앤서니의 요청으로 킬호만을 방문한 짐 스완은 "스테인리스 발효조를 쓰면서 발효 시간은 길게 가져가라"고 조언한다. 이에 따라 킬호만은 6000리터 용량 스테인리스 발효조를 도입한다. 또 발효 시간은 평균 85시간에서 90시간으로 길게 유지하고 있다. 발효를 오래하는 다른 증류소들처럼 킬호만에서도 "충분히 긴 발효 시간을 통해 과일과 꽃 풍미를 이끌어낸다"라고 설명한다.

 

가볍고 신선한 풍미의 스피릿

킬호만은 작은 증류기를 쓰는 걸로 유명하다. 1차 증류기는 3230리터, 2차 증류기는 2070리터밖에 안 된다. 증류기에 여유 공간을 둬야 해서 실제로 채우는 용량은 1차 증류기 2700리터, 2차 증류기는 1700리터에 불과하다. 이중 2차 증류기만 비교해보자. 킬호만 증류기는 "기이하게 작다"는 맥캘란(2차 증류기 3900리터)보다 작다. 심지어 직원이 두 명뿐인 소형 증류소 울프번(2차 증류기 3600리터)에도 미치지 못한다.

 

스코틀랜드 55곳 중에 킬호만보다 작은 증류기를 쓰는 곳은 없다. 

킬호만이 뽑아내는 스피릿은 앤서니 윌스가 목표한 대고 가볍고 꽃 풍미가 많다. 증류기 용량이 작은데도 어떻게 가볍고 깔끔한 스피릿을 생산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증류소에선 2차 증류기의 목을 주목해서 보라고 말한다. 

 

실제로 킬호만 2차 증류기 목은 맥캘란과 사뭇 다르다. 목이 상당히 좁고 길다. 한마디로 날씬하다. 여기에 본체와 목 사이에는 보일 볼도 달려 있다. 이미 여러 번 설명한 대로 이렇게 긴 목과 보일 볼은 환류를 증가시킨다. 증류소에선 "목이 길고 좁은 증류기를 쓰면서 증류까지 천천히 진행하기 때문에 무겁지 않은 풍미의 스피릿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가볍고 꽃 풍미가 있는 스피릿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요인은 스피릿을 잘라내는 컷 포인트에 있다. 킬호만은 스피릿 알코올 도수 76%(abv)부터 65.5%까지 중류로 확보한다. 65.5%이후부턴 후류로 전환한다. 피트 몰트로 위스키를 만드는 다른 아일라 증류소와 비교할 때 컷 포인트가 상당히 높다. 

 

후류로 바뀌는 컷 포인트는 라프로익의 경우 60%이고 라가불린은 59%이다. 이렇게 컷 포인트를 높게 설정해 일찍 중류를 끊어내기에 특유의 선선함을 지닌 스피릿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킬호만에서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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