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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크래건모어" (4)

by 주류탐험가K 2023.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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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테이스팅 룸

증류소 투어를 하다보면 술을 마시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나. 증류소에서 마시는 위스키는 확실히 더 맛있다. 위스키를 어떻게 만드는지 눈으로 살펴본 뒤 가이드 설명까지 들으며 마시면 술도 다르게 느껴진다. 더구나 스코틀랜드 증류소들은 주변 자연환경을 고려해 개성적으로 테이스팅 룸을 꾸며놓는다. 술집이나 레스토랑에서 마시는것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예를 들어 탈리스커나 라프로익처럼 바닷가에 있는 증류소에서는 시원한 해변 경치와 굽이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위스키를 즐긴다. 클라이넬리시 같은 곳에선 들판과 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풍광을 벗삼아 한잔을 맛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입이 즐겁고 눈이 즐거운 곳이다.

 

크래건모어 테이스팅 룸도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곳이다. 여기엔 시원한 해변 경치나 병풍처럼 펼쳐진 자연 풍광은 없다. 하지만 크래건모어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유리 장식장에는 세월의흔적이 느껴지는 옛날 지도와 오래된 책이 보관돼 있다. 벽에 걸린 사슴뿔 장식이나 그림 한 점까지도 고풍스럽다. 마치 19세기 스코틀랜드의 어느 부잣집 거실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공간이 더 특별한 이유는 여기 있는 물건 대부분이 창업자 존 스미스의 유품이기 때문이다. 손때가 묻고 여기 저기 벗겨진 낡은 의자만 해도 그렇다. 유난히 몸집이 컸던 존 스미스가 사무실에 놔두고 앉았던 의자를 가져다놨다. 또 골프와 낚시가 취미였던 존 스미스가 애지중지했던 골프채와 낚싯대는 물론이고 그가 짚고 다녔던 지팡이도 남아 있다. 19세기 중후반 최고 스카치 장인이었던 존 스미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창업자 존스미스의 거실처럼 꾸며진 테이스팅 룸에서 세가지 위스키를 맛본다. 맨처음 테이스팅 크래건모어 12년은 화사하고 상큼한 과일과 고소한 견과류에 피트감이 살짝 맴돈다. 이어서 맛보는 디스틸러스 에디션은 포트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추가 숙성한 것으로 기분 좋은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는 증류소 한정판 Distillery Exclusive batch #1을 테이스팅 한다. 이 위스키는 나무를 깎아내고 다시 불에 태워 생명을 불어넣은 리쥬비네티드 캐스크와 일반 버번 캐스크를 함께 숙성했다. 12년 제품의 기본 풍미와 더불어 스파이시한 맛이 두드러진다. 

 

증류소를 나오면 벽에 붙어 있는 경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거기엔(절대 금연할 것 -존 스미스의 명령)젹혀 있다. 이 문구를 보면 증류소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화재다. 19세기 후반 스페이사이드 아벨라워나 20세기 후반 켄터키 헤븐힐 사례를 알 수 있듯이 알코올로 가득한 중류소에 큰불이 나면 저절로 꺼지기 전까지 손쓸 방법이 전혀 없다. 더구나 존 스미스가 크래건모어를 운영할 때는 스프링쿨러나 소화기 한 대도 없던 시절이 아닌가. 거기에 석탄으로 직접 불을 땠으니 작은 불티 하나에도 얼마나 예민했을까 싶다. 20년간 여러 증류소에서 위스키를 만든 존 스미스는 이런 위험을 너무도 잘알기에 "내 명령이다"라는 식으로 강력한 문구를 붙여 놓은게 아닐까.

 

증류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면 언덕 쪽으로 길 하나가 보인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크래건모어 창립자 존스미스가 살았던 집이 나온다. 넓은 잔디밭에 스페이강 풍경이 한눈에 잡히는 곳이다. 이 저택은 지금 크래건모어 하우스라는 이름의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고 있다. 구글에서 미리 예약하면 존 스미스 저택에서 크래건모어를 맛보고 하룻밤을 묵은 뒤 증류소까지 걸어가서 투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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