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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올트모어" (4)

by 주류탐험가K 202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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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에일과 스펜트리스

올트모어 증류소가 스카치 업계에 기여한 공로를 소개한다. 올트모어는 증류하고 남은 찌꺼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업계 최초로 개발해 냈다. 

 

그게 어떤 방법인지 설명하기 전에 증류 찌꺼기란 게 무엇인지부터 알고 넘어가자. 발효를 마친 워시를 1차 증류기에 넣고 끓이면 이 중 1/3정도는 알코올 도수 25% 안팎의 로우 와인(1차 증류액)으로 나온다. 나머지 2/3는 증류기에 남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글렌모렌지 증류소는 1차 증류기에 워시 1만 2000리터를 넣고 돌린다. 

 

증류를 마치면 약 4000리터가 로우 와인으로 나오고 증류기에 8000리터의 찌꺼기가 남는다. 이렇게 1차 증류기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팟 에일이라고 한다. 에일이라는 이름이 붙은건 맥주처럼 황금색을 띈 액체라서 그렇다. 알코올 도수 0.1% 내와인 팟 에일의 성분은 대부분 물이지만 죽은 효모와 단백질도 제법 들어 있다. 

 

상당수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는 단백질이 풍부한 팟 에일을 시럽으로 농축한 뒤 여기에 드래프를 섞어 다크 그레인이라는 소 사료를 만든다. 이 다크 그레인 사료를 1950년대에 맨 처음 개발한 곳이 올트모어 증류소이다. 

 

2차 증류기에 로우 와인(1차 증류액)을 넗고 끓이면 대략 2/3정도는 스피릿(2차 증류액)으로 나온다. 나머지 1/3은 찌꺼기로 남는다. 스펜트리스라고 하는 2차 증류 찌꺼기는 팟 에일과 달리 영양 성분이 없어서 사료나 비료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정화 처리를 해서 강이나 바다로 배출해야 하는데 증류소에서는 이것마저도 그냥 버리지는 않는다. 섭씨 98도에서 99도에 달하는 스펜트리스와 팟 에일 모두 꽤 쓸모 있는 열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 열을 이용하기 위해 증류소에서는 뜨거운 팟 에일과 스펜트리스를 열교환기에 흘려보내 1차 증류기에 넣을 워시나 2차 증류기에 넣을 로우 와인을 예열한다. 

 

정리하면 1차 증류잔여물 팟 에일은 워시 예열에 사용한 다음 드래프와 섞어 다크 그레인 사료로 만들거나 아니면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 공장으로 보낸다. 2차 증류 잔여물 스펜트리스는 로우 와인 예열에 사용한 뒤 정화시켜서 폐기한다. 

 

팟 에일 →(열교환기) → 워시 예열 → 다크 그레인 사료 or 바이오 매스 공장

스펜트리스 →(열교환기) →로우와인예열 → 정화+폐기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의 이변

올트모어에선 숙성고 구경을 할 수 없다. 1996년 숙성고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산한 스피릿은 탱크에 실어 글래스고에 있는 숙성고로 보낸다. 

 

올트모어 12년, 18년, 21년중 특히 21년은 다크초콜릿 같은 진한 셰리 캐스크 풍미와 버번 캐스크의 바닐라 풍미가 제대로 어울린다. 

 

해마다 스페이사이드에서 엿새동안 열리는 스피릿 오브 스페이사이드라는 위스키 축제가 있다.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위스키 어워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카치의 심장 스페이사이드 위스키 가운데 와 중의 왕을 가리는 대회이다. 위스키 어워드는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이기에 선정 방식도 객관적이고 공정하다. 

 

모든 과정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다. 브랜드 인지도나 이름값은 따지지 않는다. 오로지 맛 하나로만 평가한다. 한마디로 계급장 다 떼고 제대로 한판 붙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회는 어떻게 진행될까? 먼저 축제가 열리기에 앞서 위스키 평론가와 업계 전문가 10명이 12년 이하, 13년부터 20년, 21년 이상, 숙성 연수 미표기 NAS까지 네 개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위스키 두 가지를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골라 결선에 올린다. 

 

그런 다음 축제가 열리면 지역 주민과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역시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맛을 본 뒤 투표를 하고 이 점수를 합산해 대회 마지막 날 우승 제품을 발표한다. 자, 그런데 이 대회에서 최근 큰 이변이 일어났다. 싱글몰트 시장에서 인지도가 함참이나 떨어지느 올트모어가 2019년에 이어 2022년에도 21년 이상 숙성 위스키 부문 결선에 진출해 은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

 

더 놀라운 것은 숙성 연수를 따지지 않고 결선에 오른 모든 제품을 평가하는 종합 선호도 부문에서는 올트모어 21년이 글렌리벳(2019년)과 발베니(2022년)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올트모어 증류소 사무실에 가면 위스키 어워드에서 받은 우승 상패 두 개가 자랑스럽게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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