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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시바스 리갈의 고향" 스트라스아일라 (2)

by 주류탐험가K 202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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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스 리갈의 고향이 된 사연

흔히 '옛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한다. 스트라스아일라가 딱 그렇다. 이 증류소는 시바스 리갈을 만든 시바스 브라더스 회사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됐다. 공식 창업 연도는 1786년. 스페이사이드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가동중인 스코틀랜드 전체 증류소 중에서도 역사와 전통으로 1,2위를 다툰다. 230여 년 전 이곳에 처음 증류소를 세운 사람은 조지 테일러와 알렉산더 밀른이라는 지역상인. 창업 초기 이 두 사람은 180리터짜리 초소형 증류기 한 대로 위스키를 만들었다. 1년 동안 사용하는 몰트도 28톤 정도밖에 안 됐다. 

 

증류소 이름은 처음엔 밀타운이었다가 금방 밀톤으로 바뀐다. 하지만 밀톤 증류소에서 생산한 위스키는 1820년대 중반부터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 '스트라스아일라'로 불렸다(스트라스아일라는 '아일라강 계곡'이라는 뜻이다) 밀톤 증류소는 1830년에 윌리엄 롱모어라는 곡물 거래상한테 넘어간다. 이 시기에 대대적인 증설과 혈신이 이뤄지면서 '롱모어의 스트라스아이라'는 품질 좋은 위스키로 명성을 얻게 된다. 이후 1949년까지 롱모어가 설립한 회사에서 증류소를 운영한다. 

 

밀톤(스트라스아일라)증류소가 블렌디드 세상 거물인 시바스 브라더스 품에 안기게 된 사연은 희한하고 특이하다. 스토리는 이렇다. 1940년대에 접어들어 제이 포메로이라는 사업가가 밀톤 증류소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한다. 하지만 제이 포메로이는 양심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증류소 운영을 맡은 뒤 숙성고에 있던 위스키를 몰래 빼돌렸다. 그런 다음 암시장에 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4년 동안이나 횡령과 탈세를 일삼은 제이 포메로이는 꼬리가 밝혀 교도소에 가게 됐고 증류소는 1949년에 파산한다. 

 

사기꾼 하나 때문에 망해버린 밀톤 증류소는 이듬해 시바스 브라더스로 넘어간다. 이름도 지금의 스트라스아일라로 바뀐다. 새 주인이 된 시바스 브라더스는 주력 상품 시바스 리갈의 핵심 원액 생산 기지로 증류소를 탈바꿈시켰다. 현재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는 5톤짜리 전통 구식 당화조를 쓰고 있다. 나무 발효조 7개로 평균 54시간 발효한다. 랜턴형 1차 증류기 2대와 보일볼이 달린 2차 증류기 2대를 가동하고 있다. 

특별한 시바스 리갈 테이스팅 투어

시바스 셀러 테이스팅이란 이름의 이 투어는 다른 증류소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르다. 보통 증류소 투어는 방문자 센터에서 역사를 듣고 생산 설비를 둘러본 뒤 위스키 몇 가지를 맛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시바스 셀러 테이스팅은 역사 설명은 물론 제조 공정 견학도 빠져 있다. 오로지 테이스팅 하나에 초점을 맞춘다. 

 

투어가 시작되자 가이드는 참가자들을 3번 더니지 숙성고로 데리고 간다.. 오크통으로 가득찬 숙성고를 잠시 소개하더니 철창으로 닫혀있는 안쪽으로 다시 안내를 한다. 굳게 닫힌 철장문을 가이드가 열쇠로 열었다. 숙성고 내부에 마련된 테이스팅 룸이다. 분위기부터 특별한 철창 테이스팅 룸에는 오크통 5개가 놓여 있다. 각각의 오크통에는 시바스 리갈 12년과 13년 엑스트라. 18년, 25년, 그리고 얼티스가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이 테이스팅 프로그램은 시중에 판매중인 시바스 리갈을 오크통에 넣어놓고 다시 꺼내 마시는 것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 오크통5개에 담긴 위스키는 아직 물을 타지 않은 일종의 캐스크 스트렝스다. 시중에 판매되는 시바스 리갈은 블렌딩을 마친 뒤 물을 타서 도수를 40%(abv)로 맞춰서 병입한다. 

 

하지만 여기서 맛보게 되는 건 물을 타지 않은 고도수 시바스 리갈 위스키이다. 싱글몰트 캐스크 스트렝스 제품이야 흔히 맛볼 수 있지만 물로 희석하지 않은 블렌디드 위스키를 접할 기회는 좀처럼 쉽지않다. 

 

고도수 시바스 리갈은 훅 치고 올라오는 타격감부터 상당하다. 물을 안 타서 그런지 시바스 리갈 특유의 달달한 맛과 오렌지와 사과 같은 과일 풍미가 농축된 느낌이다. 시바스 리갈 엑스트라 13년 셰리 캐스크, 역시 도수 조정을 하지 않아 혀에 닿는 순간 얼얼할 정도로 짜릿하다. 

 

고도수를 마셔보면 토피와 견과류 같은 셰리 풍미가 훨씬 잘 느껴진다.  그다음은 18년. 숙성 연수가 올라가서인지 오크 향과 바닐라에 다크초콜릿 같은 풍미가 곁들여져 있다. 

 

시바스 리갈 25년 위스키를 테이스팅한다. 향이 제대로 풍부하고 입안이 금세 풍성해진다. 바닐라에 꿀, 시트러스한 과일과 함께 피니시에서는 계피의 알싸한 풍미까지 어우러진다.

 

얼티스는 그레인위스키를 넣지 않은 블렌디드 몰트이다. 향과 맛이 독특하고 곡물과 꿀 같은 달달한 맛이 진하고 과일과 스파이시한 풍미도 은은하게 맴돈다. 스트라스아일라를 중심으로 토모어, 얼트어베인, 롱몬, 브라이발까지 페르노리카 소속 스페이사이드 증류소 5곳의 몰트 원액을 섞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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