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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스페이사이드 1호 증류소" 글렌리벳 (5)

by 주류탐험가K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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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금고? 스피릿 세이프란?

증류소 증류실에는 스피릿 세이프라는 장치가 있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위스키 금고'라고 할 수 있는 스피릿 세이프는 응축기에서 빠져나온  스피릿(증류액)이 저장 탱크로 들어가기 전에 거쳐가는 장치이다. 금고처럼 생긴 황동 상자에 유리창이 달려 있어서 스피릿이 흘러나오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다. 원래 이 장치는 1819년 제임스 폭스라는 엔지니어가 증류를 마친 스피릿 상태를 확인하려고 개발했다. 하지만 1823년 소비세법 시행 이후 합법 증류소가 늘어나면서 스코틀랜드 세무 당국은 탈세를 막기 위한 용도로 이 장치를 활용한다. 모든 증류소에 스피릿 세이프를 설치하게 한 뒤 증류소에서 스피릿을 얼마나 뽑아내는지를 이걸로 확인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또 스피릿 세이프에 자물쇠를 채워 증류소에서 몰래 스피릿을 빼내지 못하도록 막았다. 스코틀랜드에서는 1983년 이전까지 오직 세무 직원만이 스피릿 세이프 열쇠를 갖고 있었다. 

 

세무 당국 입장에서야 탈세 방지 장치에 불과했지만 사실 스피릿 세이프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활을 한다. 2차 증류를 마치고 응축기에서 빠져나온 스피릿을 초류와 중류, 후류로 분류하는 컷 작업이 이 장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스피릿 세이프에는 액체 비중계와 온도계가 설치돼 있다. 증류소 스틸맨(증류 기술자)은 이걸 보면서 스피릿 알코올 도수를 측정해 컷 작업을 한다. 이때 응축기에서 나오는 스피릿 온도는 늘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스틸맨은 스피릿 세이프 옆에 표준 온도(섭씨 20도)로 환산한 알코올 도수 보정표를 붙여놓고 작업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조금더 설명하자면 스틸맨은 2차 증류를 마친 스피릿 알코올 도수를 스피릿 세이프에 설치된 비중계로 확인한다. 그러다가 스피릿 알코올 도수가 증류소에서 설정한 컷 포인트에 도달하게 되면 손잡이를 돌려 스피릿이 흘러가는 방향을 바꿔 중류를 보관하는 탱크로 향하게 한다. 또 중류를 끊어내고 후류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다시 한번 손잡이를 돌려 방향를 바꿈으로써 초류와 후류를 함께 모아두는 탱크로 스피릿이 들어가게 만든다. 전통적으로는 이렇게 사람이 알코올 도수를 측정하고 향과 맛을 보면서 손으로 밸브를 돌리는 수동식 컷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요즘엔 이것마저도 자동화한 증류소가 많다. 거의 모든 장비가 최신식인 글렌리벳도 마찬가지이다. 스피릿 온도와 도수는 계측 장비로 측정돼 컴퓨터로 전달되고 사람이 손으로 밸브를 돌리지 않아도 설정한 컷 포인트에 도달하면 컷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해발 800피트에서 숙성

글렌리벳 증류소는 해발 800피트(243미터)에 있다. 이렇게 증류소가 높은 곳에 있으면 위스키 제조에는 좋은 점이 많다. 낮은 지대 증류소에 비해 서늘한 편이고 연중 기온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돼 오크통에 숙성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우리 숙성고는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면서 '여름과 겨울에 온도 차이가 크지 않아서 증발량(엔젤스 셰어)도 다른 곳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기간에 새로 꾸민 테이스팅 룸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방문자들은 원형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 오붓하게 위스키를 즐길 수 있다.여기서 세 가지 기본 제품을 테이스팅한다. 맨 먼저 아메리칸 오크통과 유러피언 오크통을 함께 숙성한 12년부터 맛본다. 입안 가득 퍼지는 파인애플 풍미가 지배적이다. 이어서 글렌리벳 15년. 이 제품은 숙성 방식이 조금 특이하다. 와인이나 코냑을 숙성할 때 사용하는 프랑스 리무쟁지역 오크통에서 마지막 3년을 추가 숙성했다. 글렌리벳 특유의 열대과일 풍미는 여전하고 여기에 은은한 버터 향이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18년 숙성 제품을 맛본다. 오렌지나 사과 같은 과일 풍미가 두드러지다가 알싸한 계피 맛으로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좀더 가격이 비싼 투어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면세점 한정판이나 고숙성 제품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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