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으로 꾸며진 체험형 전시실
글렌리벳 투어는 체험형 전시실에서 시작한다 방문자 센터를 개조하면서 새로 만든 이공간에 들어가면 스코틀랜드 보리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농장에서 가져온 보리 줄기를 말린 뒤 바닥에 심어 진짜 보리밭처럼 꾸며놨기 때문이다. 이 보리밭 사이를 걸어다니며 방문자들은 글렌리벳 위스키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빛과 소리, 그리고 영상으로 실감나게 체험한다.
전시실에서 맨 먼저 보게되는 건 버드 아이라는 영상이다.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새의 시선으로 포착한 증류소 주변 풍경이다. 드론으로 찍은 화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버드 아이 영상을 통해 방문자들은 창업자 조지 스미스가 처음 증류소를 세웠던 드러민 농장부터 글렌리벳 수원지인 조시의 우물까지 주요 장소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샅샅이 살필 수 있다. 이어 글렌리벳에 보리를 공급하는 농부와 30년간 증류소에서 일하고 퇴직한 마스터 디스틸러, 오크통 관리자 등이 스크린에 등장해 글렌리벳 위스키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단계별로 설명해 준다. 마지막에는 글렌리벳을 소유한 페르노리카 경영진이 나와 지속 가능한 경영 철학을 소개하는데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물의 90%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특해 강조한다.
글렌리벳의 최신 설비
글렌리벳은 2009년부터 10년 동안 대대적인 확장공사를 했다. 그 결과 연간 스피릿 생산 가능 규모를 580만 리터에서 2100만 리터로 3배 이상 늘렸다. 또 확장을 진행하면서 낡은 설비도 바꿔 현대화했다. 그래서 글렌리벳 증류소는 어딜 가더라도 반짝잔짝 빛나는 최신 설비를 보게 된다. 제분실도 마찬가지다. 역사가 오래된 다른 증류소는 대부분 포르테우스나 보비 제분기를 몇십 년째 쓴다. 하지만 글렌리벳은 롤러 6개가 장착된 스위스 뷸러사 신형 제품으로 교체해 사용하고 있다. 당화실에 있는14톤 규모의 당화조 역시 2009년에 바꾼 최신형 제품이다. 브릭스사에서 제조한 이 당화조 는 분쇄된 몰트를 섞는 회전 팔이 5개나 있더서 효율적인 당화 작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생산량이 많다보니 발효조도 32개나 된다. 오레곤 파인 재질의 나무 발효조 16개에 스테인리스 발효조 16개를 추가했다고 한다. 발효조 크기와 용량은 모두 같아서 6미터 높이에 5만 9000리터짜리다. 효모는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마우리 제품을 쓰고 발효시간은 50시간에서 52시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파인애플 풍미의 비결은?
글렌피딕의 특징적인 풍미가 서양배라면 글렌리벳은 좀더 상큼한 파인애플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열대과일 향이 더 없이 매력적이다. 증류소에서는 글렌리벳 캐릭터를 완성하는 비결로 두 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물이다.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는 얘기이겠지만 글렌리벳을 비롯해 대다수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쓰는 물은 연수이다. 연수는 단물이라고도 한다. 미네랄 함량이 낮아 연하고 부드럽다. 설명하자면 물 1리터에 들어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을 따져서 120밀리그램 이하이면 연수로 분류한다. 그 이상이면 경수(센물)라 고 부른다. 그런데 글렌리벳에서는 "우리 물은 좀 특별한 연수"라고 강조한다.
글렌리벳 수원지는 증류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시의 우물이다. 창업자 조지 스미스가 지금 증류소에 터를 잡은 1859년부터 글렌리벳은 줄곧 이 우물에서 퍼올린 지하수를 써왔다.지금은 1시간에 1만 6000리터에 달하는 우물물을 증류소로 끌어와 위스키를 만든다. 증류소에서는 이 우물물 수온이 섭씨 5도에서 8도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기에 위스키 제조에 더할나위 없이 좋다고 자랑한다. 무엇보다도 조시의 우물물은 광불질이 많은 땅에서 화강암층을 통과해 모여들기 때문에 부드러운 연수인데도 미네랄 함량이 꽤 풍부하다고 한다. 이렇게 미네랄이 적당히 많기데 당화 과정에서 효소 작용이 활발해지고 발효할 때 독특한 풍미가 생긴다고 증류소에서는 설명한다.
두번째 요소로는 증류기를 꼽는다. 증류실은 모두 3곳이고 증류기는 28대에 달한다. 원래 있던 증류실에 8대(1차 증류기 4대, 2차 증류기 4대)가 있고 2010년에 마련한 두번째 증류실에 6대(1차 증류기 3대, 2차 증류기 3대)가 있다. 또 주가로 지은 세번째 증류실에도 14대(1차 증류기 1대, 2차 증류기 7대)가 설치됐다. 1,2차 증류기 모두 몸통과 목 사이가 움푹 들어간 랜턴형이다. 이런 형태의 증류기를 창업자 조지 스미스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복제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키가크고 라인 암까지 길면 환류와 구리 접촉이 증가한다. 섬세하고 가벼운 스피릿을 뽑아내는 데 제격이다. 그렇기에 증류소에서는 "풍부한 열대과일 향은 몸통이 넓으면서 키가 큰 증류기의 영향이 크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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