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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셰리 위스키의 명가" 글렌파클라스 (6)

by 주류탐험가K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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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더니지 숙성고

스코틀랜드 증류소 숙성고에는 세 종류가 있다. 더니지 숙성고와 선반형 숙성고, 그리고 팔레트형 숙성고이다. 이 중에서 현대식 숙성고는 선반형과 팔레트형이다. 먼저 선반형은 숙성고 건물을 높게 지어 나무나 강철 선반을 층층으로 설치하고 여기에 오크통을 넣어 저장하는 방식이다.

 

보통 8단에서 12단 높이까지 오크통을 쌓아올리기 때문에 좋은 공간에 많은 양을 한꺼번에 넣을 수 있다. 팔레트형 숙성고는 선반형과 구조가 비슷하다. 다만 나무나 강철 선반이 아닌 팔레트에 오크통을 세워 놓는다. 이렇게 하면 지게차로 바로 넣었다가 뺄 수 있어서다. 역시 최대 8단까지 층층이 쌓기 떄문에 저장 능력이 뛰어나다. 

 

이에 비해 전통식인 더니지 숙성고는 층고가 낮다. 보통 1층 아니면 2층이다. 한 개 층에 오크통을 3단까지만 눕혀서 쌓아올린다. 벽은 두툼한 돌로 짓고 바닥엔 흙이나 자갈을 깔아놓는다. 이런 구조라서 더니지 숙성고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공기 순환이 잘되고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당연히 위스키 증발량, 엔젤스 셰어가 확연히 낮다. 흔히 스코틀랜드 평균 엔젤스 셰어를 연 2% 정도로 보는데 더니지 숙성고는 그보다 너 낮다. 

 

위스키를 천천히 부드럽게 오래 숙성시키려면 이만한 공간이 없다. 그렇기에 더니지와 선반형을 모두 쓰는 증류소에서도 장기 숙성이 필요한 캐스크나 한정판 제품으로 만들  귀한 캐스크는 더니지에 저장한다. 

 

물론 더니지는 높이가 낮아 경제성은 떨어진다. 오크통을 많이 저장하려면 그만큼 면적을 넓히거나 추가로 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만 빼면 더니지가 오크통 숙성에 최적의 장소인건 틀림없다. 

 

글렌파클라스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가 더니지 숙성고이다. 글렌파클라스 38개 숙성고 전체가 더니지이기 때문이다. 선반형이나 팔레트형 숙성고는 하나도 없다. 10만 개가 넘는 오크통을 전부 전통 방식 더니지 숙성고에서 숙성한다. 이와  더불어 숙성할 때 쓰는 오크통도 포트 캐스크 일부를 빼면 모두 셰리 캐스트다. 

 

버번 캐스크는 이제는 아예 쓰지 않는다. 디스틸러리 매니저 칼럼 프레이저는 "우리는 100% 더니지 숙성고에서 오직 셰리만 쓴다"라고 몇 번이나 힘주어 말했다. 

진귀한 1953년 캐스크

글렌파클라스 보물 창고로 불리는 1번 숙성고에 들어갔다. 천장이 낮고 오크통을 3단까지만 쌓아올린 전형적인 1층짜리 더니지 숙성고였다. 오랜 역사를 보여주듯 숙성고 천장과 벽은 온통 새까맷다. 증발하는 알코올을 먹어치우는 곰팡이 때문에 생긴 흔적이다. 

 

홍보대사 커스틴의 섦여에 따르면, 이 숙성고에는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다양한 빈티지의 캐스크 3500개가 저장돠 있다. 그 중에는 250리터 혹스헤드가 가장 많았다. 500리터 벗 사이즈 캐스크와 125리터짜리 쿼터 캐스크도 보였다. 

 

1960년대와 70년대 빈티지 캐스크부터 살펴봤다. 맨 아래에 1953년 빈티지가 눈에 들어온다. 숙성에 들어간 지 70년이 된 진귀한 캐스크다. 커스틴에게 물어보니 이 숙성고에서 가장 오래된 캐스크라고 한다.

 

커스틴은 "1953 빈티지 캐스크에 담긴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가 40도를 겨우 넘는다. 만약 39도까지 떨어지면 큰일이다. 위스키로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도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캐스크를 열어 병입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아무리 엔젤스 셰어가 낮은 더니지 숙성고라고 해도 70년을 숙성하면 알코올 도수가 저렇게 떨어지는구나 싶었다. 참고로 스카치위스키는 법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반드시 40%이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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