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순수한 물
패티슨 사태와 상속세 위기에도 불구하고 가족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글렌파클라스. 이 증류소는 어떻게 위스키를 만들고 있을까? 글렌파클라스 생산 방식과 제조 철학을 파악하기 위해 브랜드 홍보대사 커스틴의 안내로 증류소 곳곳을 살펴보기로 했다. 방문자 센터를 나와 생산 시설로 가다보니 물길이 흐르고 수레바퀴가 힘차게 돌고 있다. 증류소를 다니다보면 이런 수차를 종종 보게 된다. 과거엔 이걸로 증류소 설비를 가동했다. 글렌파클라스는 증류기 바닥에 찌꺼기가 눌어붙지 않게 막는 러미저(뒤집개)를 수차 에너지로 돌렷다. 물론 지금은 수차로 동력을 얻지는 않는다. 멋스럽게 돌아가는 수차는 증류소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상징하는 훌륭한 장식품이다.
글렌파클라스 수원지는 증류소 뒤편 벤리니스산이다. 냉각수를 포함해 위스키 생산에 필요한 모든 물이 산에서 흘러온다. 수레바퀴를 돌리는 물도 마찬가지다. 겨우내 산에 쌓인 눈이 녹아 땅으로 스며들어 샘을 이룬다. 이 맑고 깨끗한 물을 끌어와 위스키를 만들다. 글렌파클라스에서는 벤리니스산에서 흘러온 이 물을 "purest water". 가장 순수한 물이라고 자랑한다. 역시 증류소는 물이 좋고 또 많은 곳에 있어야 한다.
몰트 이물질은 어떻게 걸러낼까?
글렌파클라스 생산 공정은 몰트 분쇄로 시작되다. 총 300톤 용량의 저장 시설에 몰트를 쌓아두고 당화에 들어갈 때마다 필요한 양만큼만 제분기mill에 넣는다. 이 과정에서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게 있다. 몰트를 제분기에 넣고 돌리기 전에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이다. 몰트에는 지푸라기나 돌은 물론이고 심지어 쇳조각 같은 것도 섞여 있기 마련이다. 이걸 미리 빼내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냥 돌렸다가 제분기 롤러가 망가지기도 하고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불이 날 위험도 있다.
이물질을 골라내기 위해 증류소에선 보통 두 가지 장비를 쓴다. 먼저 드레서 dresser이다. 드레서에는 철망이 달려 있어서 지푸라기나 작은 돌을 골라낼 수 있다. 그런 다음 디스토너 de-stener라는 장비를 별도로 쓰기도 한다. 디스토너는 예전에 정미소에서 쓰던 석발기(돌 골라내는 기계)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경사진 선반에 몰트를 떨어뜨린 뒤 천천히 이동시키면서 몰트보다 무거운 돌이나 이물질을 채고 걸러낸다. 글렌파클라스 증류소에서는 드레서와 디스토너,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제분기의 벤틀리?
스코틀랜드 증류소 여러 곳을 다닌 분은 알 것이다. 몰트 분쇄실milling room에 갈 때마다 주로 보게 되는 제분기는 포르테우스 porteus 아니면 보비 R. Boby라는 회사 제품이다. 웬만큼 이름 있는 증류소가 거의 다 이걸 쓰기 때문에 투어를 하다보면 포르테우스와 보비 얘기를 지겨울 정도로 듣게 된다.하지만 글렌파클라스는 포르테우스나 보비가 아닌 뷸러 제품을 쓰고 있었다.
또 분쇄 방식도 조금 달랐다. 포르테우스와 보비 제분기는 대개 상단에 롤러 2개, 하단에 롤러 2개가 돌아가는 4롤로 밀 4-roller mill이다. 하지만 글렌파클라스에서 쓰는 세분기는 롤러가 5개 장착된 5롤러 밀5-roller mill이었다. 기존의 4롤러 밀에 롤러 하나를 더 추가한 제품이다. 증류소 예기를 들어보니 이 제분기는 1974년 확장 공사때 도입한 것이라고 한다. 글렌파클라스에서는 "롤러 5개가 장착된 뷸러 제품이 보다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몰트를 분쇄하기 때문에 이 제품을 제분기의 벤틀리 Bentley of mills라고 부른다"고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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