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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살아있는 전설 빌리 워커"의 글렌알라키(6)

by 주류탐험가K 202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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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형 응축기를 쓰는 이유

글렌알라키 증류실에는 증류기가 4대 있다. 2대는 8000갤런(약3만리터)용량의 1차 증류기이고 2대는 5260갤런(약1만9000리터) 요량의 2차 증류기이다. 1차 증류기는 본체와 목사이가 움푹 들어간 랜턴형에 가깝다. 2차 증류기는 양파형이다. 

 

1,2차 증류기 모두 키가 작고 뚱뚱한 편이다. 응축기로 연결되는 라인 암도 길지 않다. 이런 증류기 형태와 크기는 1967년증류소 설립 이후 바뀌지 않았다. 

 

스코틀랜드 증류소를 다녀보면 세계적인 증류 설비 업체 포사이스에서 만든 증류기를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스페이사이드 증류소는 거의 어김없이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한다. 포사이스 회사가 스페이사이드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렌알라키 증류기는 바로 10분 거리에 있는 포사이스가 아니라 에든버러에 있는 아치볼드 맥밀란 제품이었다. 코앞에 있는 포사이스를 놔두고 왜 멀리 에든버러에서 증류기를 가져왔느냐고 묻는다. 

 

가이드는 "포사이트가 1960년대에는 작은 증류기를 만들지 않았기 떄문에 에든버러 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설비는 응축기다. 응축기는 증류기를 통과해 빠져나온 알코올 증기를 냉각해 액체상태 스피릿으로 바꾼다.

 

대다수 증류소에서는 세로로 세워진 수직형 응축기를 사용하지만 글렌알라키에서는 가로로 눕혀진 수평형 응축기를 쓰고 있었다. 수평형은 수직형에 비해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이런 단점 때문에 달모어 등 몇몇 증류소에서만 채택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공간 활용에 제약이 많은 수평형 응축기에는 어떤 강점이 있는 걸까?  이에 대해 빌리워커는 위스키 갤러리와의 인터뷰에서 "(수평형 응축기는) 증류된 증기가 액체로 냉각되는 결정적인 타이밍에 구리 접촉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아마 이 얘기를 듣고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면 당신은 증류기를 비롯한 증류 설비가 왜 구리로 되어 있고 구리가 위스키 풍미에 어떤 영향을 기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한마디로 구리는 위스키를 맑고 깨끗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위스키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원리와 과정은 이렇다. 곡물을 발효하면 여러 풍미 물질이 생긴다. 그중에는 에스테르처럼 과일 풍미를 이끌어내는 것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불쾌하다고 느끼는 냄새를 만드는 황 화합물도 있다. 황 화합물이 많아지면 위스키에서 가죽이나 삶은 양배추, 심지어 땀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이런 황 화합물을 증류 과정에서 제거해내는 게 구리이다. 증류기나 응축기의 구리가 알코올 증기에 들어 있는 황 화합물을 빨아들여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 과정을 화학 교과서처럼 설명하면 '구리와 황이 반응해 황산구리를 생성한다'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구리가 위스키를 정화하는 역할을 하기에 증류기나 응축기는 물로 파이프까지도 구리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증류소에서는 가급적이면 증기가 구리와 오래 접촉하게 하려고 애쓴다.

 

구리 접촉 시간이 늘어날수록 증류소에서 원하지 않는 냄새가 빠지고 과일 향과 같은 풍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발베니 편에서 언급한 환류 역시 증기와 구리 접촉을 늘리는 방법이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빌리 워커 인터뷰를 다시 보면 수평형 응축기의 장점이 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응축기를 가로로 눕혀놓으면 수직으로 세워놨을 때보다 증기가 더 오래 구리와 만날 수 있고 그만큼 황 성분도 더 많이 제거할 수 있다는 게 빌리 워커의 설명이다.

오크통 비용 연간 200만 파운드

  마지막으로 숙성 과정을 살펴보면 글렌알라키에는 숙성고가 16개 있다. 숙성중인 오크통은 약 6만 개이며 이중 75%가 셰리캐스크 이다. 숙성고는 대부분 선반형이고 2개는 팔레트형이다. 전통 더니지 숙성고도 있지만 이곳은 빌리 워커가 전용 테이스팅 룸으로 쓰고 있다.

 

투어 가이드는 "빌리 워커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증류소에 와서 숙성중인 위스키를 맛보며 숙성 상태를 학인한다"고 말했다. 가이드의 얘기처럼 빌리 워커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오크통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해왔다. 그는 증류소 인수 당시 재고로 넘겨받은 오크통을 새심하게 살피고 샘플을 꺼내 맛보면서 최적의 숙성 상대에 도달한 것만 블렌딩하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또 최근에는 셰리 캐스크뿐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헝가리,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오크통을 구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트와 모스카텔, 마데이라 캐스크로 마무리 숙성을 한 우드 피니시 시리즈나 버번 배럴에 숙성한 위스키를 소테른과 리오하 와인 캐스크에서 피니싱한 와인 피니시 시리즈가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버번 배럴에서 숙성한 위스키를 프랑스산 참나무와 스페인산 참나무, 스코틀랜드산 참나무는 물론 미국산 밤나무 캐스크에서 마무리 숙성한 버진 오크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숙성에 사활을 걸고 있기에 오크통 구입과 관리에만 해마다 200만 파운드를 투자하고 있다고 증류소에서는 밝혔다. 

 

위스키는 사람이 만든다. 

 

"위스키는 사람이 만든다"

 

글렌알라키 증류소를 나오면 이 말이 떠오른다. 글렌알라키 성공 요인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많다. 하지만 부와 명예를 거머쥔 뒤에도 다시 도전을 선택한 빌리 워커를 빼놓고는 그 어떤 설명도 불가능하다. 글렌알라키가 곧 빌리 워커의 현재이고 빌리 워커가 곧 글렌알라키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볼 때 늘 꽃길만 걸어온 것 같은 빌리 워커를 놓고 스카치 업계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아무리 뭐라고 해도 50년 동안 쌓은 경험과 탁월한 블렌딩 실력, 지치지 않은 열정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빌리 워커는 지금 이 시대 스카치 업계를 대표하는 장인이다. 또한 가장 크게 성공한 위스키 사업가이기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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