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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 위스키 이야기 "살아있는 전설 빌리 워커"의 글렌알라키(4)

by 주류탐험가K 202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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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당화 작업

제분실을 나와 당화 공정이 이뤄지는 곳으로 이동하면 글렌알라키에서 쓰는 당화조은 1990년대 초반에 교체한 세미 라우터 튠이다. 당화조 지름은 6.1미터로 용량은 9.4톤짜리였다. 여기서 9.4톤이라는 용량은 몰트 9.4톤을 당화 처리할 수 있는 규모라는 뜻이다. 

 

당화는 몰트(맥아)에 있는 전분(녹말)을 당분(단당)으로 바꿔 뽑아내는 걸 말한다. 교과서적으로 얘기하면 분쇄한 몰트를 넣고 뜨거운 물과 섞으면 아밀레이스(아밀라아제) 효소에 의해 긴 사슬 구조를 가진 전분이 단당류로 분해된다. 이렇게 당분을 갖게 된 액체를 워트 혹은 맥아즙이라고 한다. 달달한 워트를 최대한 뽑아내는 게 당화의 목적이다. 

 

당화는 보통 3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에선 분쇄한 몰트와 함게 섭씨 63도에서 65도에 달하는 물을 넣고 워트를 뽑아낸다. 맨 처음에 투입하는 물은 첫 번째 물이라는 의미로 퍼스트 워터라고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꼭 기억해야 한다. 당화조에 처음으로 넣는  물, 퍼스트 워터는 맹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냥 물이 아니라면 뭘까? 바로 직전 당화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얻어낸, 당도가 약한 워트를 모아놨다가 다음 당화 때 첫 번째 물로 쓴다. 

 

당화 할 때 넣는 첫 번째 물은 온도가 중요하다. 너무 뜨거우면 전분을 당분으로 분해하는 효소가 활동을 하지 못한다. 반대로 온도가 너무 낮아도 효소가 활성화되지 못해 당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증류소 55곳 중 당화 공정의 첫 번째 물 온도를 일일이 조사해 봤다. 대부분 63도에서 65도 사이였다. 일부 증류소는 65도 이상으로 꽤 높게 높게 설정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벤리악과 글렌드로낙은 첫 번째 물 온도가 65.5도였다. 또 글렌버기는 68도, 올드 풀트니는 68.5도였다. 또 글렌버기는 68도, 올드 풀트니는 68.5도, 발블레어는 69도까지 끌어올려 첫 당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물을 투입해 워트를 얻어내고 나면 이제 2단계로 넘어간다. 당화조에 남아 잇는 몰트에는 아직도 뽑아낼 당분이 충분하다. 그렇기에 추가로 물을 넣고 또 한 번 당화를 하는 것이다. 1단계 당화와 차이가 있다면 두 번째 당화 때 넣는 물은 온도를 훨씬 높인다. 

 

첫 번째 투입하는 물이 대부분 63~65도였다면 2단계에 넣는 두 번째 물은 보통 70도에서 80도 사이이다. 물론 70~80이란 것도 평균 수치에 불과하다. 두 번째 넣는 물의 온도를 84도(글렌모렌지)나 87도(글렌드로낙)까지 크게 올리는 곳도 있다. 온도를 더 높여서 두 번째 당화까지 끝내고 나면 발효에 필요한 워트는 모두 확보하게 된다. 

 

당화의 마지막 3단계는 발효에 쓸 워트를 뽑아내는 공정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다음 당화에 필요한 첫번째 물을 얻는 작업이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80도에서 90도 이상까지 온도를 더 끌어올린 물을 당화조에 뿌려(스파징) 최종적으로 워트를 받아낸다. 

 

이미 두 번이나 당화를 했기 때문에 마지막 단계에서 추출한 워트에는 당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이 마지막 3단계에서 뽑아낸 워트를 '약한 워트'라고 부른다. '약한 워트'는 당도가 떨어진 탓에 발효에 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 당분이 조금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증류소에서는 당도가 크게 떨어진 '약한 워트'를 다음 당화할 때 첫 번째 물로 사용해 효율을 높인다. 

 

당화 공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데는 이유가 있다. 글렌알라키 당화 공정이 다소 특이하기 때문이다. 글렌알라키는 통상적인 3단계가 아니라 4단계로 당화를 진행한다. 

 

맨 처음엔 섭씨 65도에 달하는 첫번째 물을 넣어 워트를 뽑아낸다. 이후엔 온도를 82도로 올린 두 번째 물을 투입해 다시 한번 워트를 확보한다. 그렇게 해서 발효에 필요한 워트를 다 뽑아낸 뒤에도 두 차례 더 뜨거운 물을 넣어 다음 당화에 쓸 첫 번째 물을 빼낸다. 정리하면 글렌알라키 당화공정은 '1단계 65도 용수 투입  → 2단계 82도 용수 투입  → 3단계 90도 용수투입  → 4단계 95도 용수 투입'으로 진행된다. 네 번이나 물을 넣어 당화를 하는 이유는 몰트에 남아 있는 마지막 당분까지 탈탈 털어 뽑아내기 위해서다 글렌아랄키처럼 당화를 4단계로 하는 곳은 벤리악과 올트모어, 올드풀트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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