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라 최고 장인 짐 맥완
브룩라디 성공 스토리를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2023년 1월 영국 왕실 훈장까지 받은 위스키 장인 짐 맥완은 보모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일라 토박이다.
1963년 15살에 보모어 증류소에 견습 쿠퍼로 입사한 뒤 20대에 숙성고 관리를 책임졌다. 글래스고 보모어 본샅에서 7년 동안 마스터 블렌더로 일한 짐 맥완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아일라 위스키의 매력을 곳곳에 전파해 '복음 전도사'로 불렸다.
이런 짐 맥완이 37년 보모어 생활을 정리하고 선택한 곳이 브룩라디였다. 그는 브룩라디를 인수한 레이니어의 제안을 받아들여 생산 담당 이사로 합류했다. 2015년까지 브룩라디 위스키 생산을 총괄한 짐 맥완은 레이니어와 손발을 맞추며 잇따라 히트작을 내놨다. 레이니어와 짐 맥완, 두 사람 모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취적인 성격이라 가능했던 일이다.
환상의 짝궁이었던 레이니어와 짐 맥완은 처음부터 영리하게 전략을 짰다. 2001년 스피릿 생산을 재개하면서 핵심 제품을 3가지로 나눴다.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룩라디 기본 제품은 스모키한 풍미를 뺀 언피티드 위스키로 만들었다.
여기에 페놀 수치 40ppm에 달하는 강력한 피트 위스키 포트샬럿을 별도로 제조했다.
또 2002년 (스피릿생산 기준)부터는 몰트 페놀 수치 80ppm이 기본으로 넘어가는 초강력 피트 위스키 옥토모어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마치 짬뽕 전문점에서 순한 짬뽕, 보통 짬봉, 불맛 짬봉을 따로 만드는 것처럼 피트 강도에 따라 핵심 제품을 분화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불맛 짬뽕'에 해당하는 옥토모어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세상에서 가장 피티한 위스키를 표방한 옥토모어는 상상을 초월하는 페놀 수치로 아이라 위스키 마니아를 자극했다. 예를 들어 100% 아일라 보리로 2009년에 증류해 5년 숙성한 옥토모어 6.3은 페놀 수치 258을 자랑했다. 2011년에 증류한 8.3은 피트 레벨이 무려 309에 달했다. 309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오는 분을 위해 비교 설명해드리겠다. 피트 괴물로 통하는 아드벡 슈퍼노바 몰트 페놀 수치가 100에서 120ppm이다.
아드벡 역사상 가장 강력한 피트 몰트를 쓴 하이퍼노바도 170ppm정도이다. 그러니까 페놀 수치 309는 짬뽕으로 치면 불맛을 넘어 핵불맛 수준인 셈이다.
'증류소의 박물관'으로 불리는 이유
브룩라디 증류소는 볼거리가 많다. "증류소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고색창연한 장비가 많아서다. 제분기 명가 보비가 만든 이 제품은 외부에 노출된 회전 벨트가 돌아가면서 몰트를 분쇄하는 방식이었다. 벨트가 밖으로 나와 있는 이런 구형 제분기는 처음이다.
7톤자리 당화조에도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브룩라디는 빅토리아 시대 유물인 이 당화조를 1881년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다. 벤리악 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런 구식 전통 당화조는 현대식 라우터 튠과 재질부터 다르다. 스테인리스가 아닌 무쇠로 만들어져 있다.
또 날이 아니라 갈퀴가 회전하며 몰트와 물을 섞는다. 더구나 브룩라디 당화조는 뚜껑도 없다. 그야말고 구형 중에 구형이다. "덮개가 없는 당화조를 쓰는 증류소는 브룩라디를 포함해 이제 6곳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덮개가 없기에 현대식 당화조보다 온도 보존 능력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화의 마지막 단계, 즉 세번재 물을 넣을 때는 수온을 92도에서 98도까지 끌어올린다고 한다.
발효공정을 살펴보면 발효실에 있는 발효조는 6개, 오레곤 파인(미송) 재질이다. "제품에 따라 발효 시간이 제각가"이라며 "짧으면 72시간이고 길면 100시간 넘게 발효하기도 한다"고 했다. 또한 "다양한 풍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효모도 하나가 아니라 두가지를 섞어서 쓴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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