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하게 좋은 위스키"
라가불린은 게일어로 '방앗간의 움푹 들어간 곳' 이란 뜻이다. 실제로 가보면 바다가 육지로 푹 파고 들어온 라가불린만에 증류소가 있다. 이 일대는 아일라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2세기에 바이킹을 물리치고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을 장악은 소머레드 왕이 라가불린만에 있던 더니벡성에 살았기 때문이다.
유명 가문 맥도날드 클랜의 창시자이자 아일라섬 최초 군주였던 소머레드가 머물던 더니벡성 잔해는 지금도 증류소 앞에 남아 있다.
'아일라의 왕자'로 불리는 라가불린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증류소가 있는 곳에서는 1742년부터 위스키 증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수확하고 남은 보리로 몰래 위스키를 만들던 불법 농장 증류소였다. 그러다가 1816년에 이르러 존 존스톤이란 농부가 최초로 면허를 받아 합법 증류소를 설립한다. 존 존스톤은 4년 뒤엔 옆에 있던 아드모어 증류소를 매입했고 1837년에 두 증류소가 합쳐져 라가불린이 됐다. 존스톤 가문이 운영하던 라가불린은 1852년에 피터 맥키의 삼촌 제임스 로건 맥키와 그래엄이라는 사업가에게 넘어갔고 피터 맥키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제임스 로건 맥키 혼자 증류소를 운영했다.
제임스로건 맥키가 사장이던 1886년에 이 증류소를 방문한 작가 알프레드 버나드의 기록을 보면 당시에도 라가불린의 품질은 상당히 뛰어났던 것 같다. 버나드는 라가불린 8년 숙성 위스키를 맛본 뒤 "탁월하게 좋다"고 평가하면서 "싱글몰트로 사용할 만한 스피릿을 생산할 수 있는 증류소가(스코틀랜드에)많지 않은데 라가불린은 그중에서도 탁월하도"고 적었다.
(라가불린은 알프레드 버나드가 극찬했던 8년 숙성 위스키를 증류소 설립 200주년을 맞은 지난 2016년에 다시 출시했다.)
조니뎁이 사랑한 위스키
라가불린은 조니 뎁이 사랑한 위스키이기도 하다. 조니 뎁은 할리우드 최고 술꾼이다. 한 달에 와인 값으로만 3000만 원을 쓴다고 알려진 그는 한때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를 매입해 와인을 만든 뒤 시장에 내놓지 않고 가까운 사람들한테만 선물하기도 했다.
이런 조니 뎁이 끔찍이 아끼고 좋아했던 게 라가불린이다. 술 때문에 이런저런 사고를 많이 쳤던 조니 뎁은 2005년에 위스키 같은 도수 높은 술을 아예 끊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조니 뎁은 영국<가디언> 기자와 런던 클라리지스 호텔 바에서 인터뷰를 하게 된다.
당시 가디언 기사에 따르면, 조 뎁은 와인을 홀짝이며 인터뷰를 하다가 종업원에게 라가불린 한 잔을 스트레이트로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독한 술을 끊었지만 향 때문에 라가불린은 가끔 주문한다"고 말했다. 잠시 뒤 그는 라가불린이 담긴 잔에 코를 깊숙이 들이밀고 향을 음미하더니 환해진 표정으로 "피트"라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런 일화를 보면 할리우드 최구 술쭌 조니 뎁은 다른 위스키는 다 끊어도 라가불린은 피트 향만큼은 참을 수 없었떤 모양이다.
기타면 기타,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는 존 메이어도 라가불린 위스키 마니아로 유명하다. <Whiskey, Whiskey, Whiskey>라는 노래를 발표했을 만큼 위스키를 사랑하는 존 메이어는 라가불린을 일주일에 한 병씩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세계적인 위스키 평론가 마이클 잭슨 역시 라가불린을 호평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마이클 잭슨은 [Michael Jackson's Complete Guide to Single Malt Scotch]에서 라가불린 16년에 95점을 줬다. 대부분의 위스키가 90점 이하인 걸 고려하면 파격적인 점수였다. 마이클 잭슨이 95점을 매긴 다른 위스키로는 맥캘란 25년과 30년이 있다. 라가불린은 숙성 연수가 더 짧은데도 같은 점수를 받은 걸 보면 얼마나 높게 평가한 것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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