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말, 타임스스퀘어에 불을 밝힌 첫 네온사인 중 하나는 포 로지스 광고였다. 이렇게 금주법도 견뎌내고 살아남은 포 로지스가 이후에 어떻게 미국에서 잘 보이지 않게 되었을까? 북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1943년에 포 로지스는 캐나다 기업 씨그램이 켄터키주에 소유한 증류소 5곳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새로운 모기업은 이후 특별한 전략에 착수했다. 포 로지스를 수출 주도형으로 만들되 미국 내에서는 판매를 제한시키기로 했다. 씨그램의 CEO 에드거 브론프먼 주니어가 미국 시장에 자신의 캐나다 위스키를 팔고 싶어 해서 취했던 전략인 듯하다.
1960년에 이르자 포 로지스는 겉 보기엔 똑같았으나 확실히 맛은 같지 않은 블렌디드 위스키로 변형되었다. 아니다 다를까 결국 포 로지스의 명성은 추락해 버렸고 이후 씨그램의 난파 잔해로 전락 되었다가 일본의 양조/증류 기업 기린에게 차출되었다. 포 로지스를 구해준 것은 한 버번맨이었다. 지미 러셀, 부커, 엘머T처럼.. 짐 러틀리지(Jim Rutledge) 역시 자신이 만드는 버번의 가치를 믿었고 그 버번을 잘 보살피고 지켜낸 끝에,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씨그램이 남겨준 긍정적 유산 하나는, 효모에 대한 집착이었다.씨그램은 캐나다 본사에 300여 개 품종의 효모를 보유하고 있었고 켄터키 소재의 산하 증류소 모두 저마다 독자적 품종을 썼는데, 다른 증류소들이 다 폐업했을 때 이 모든 품종이 보관되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러틀리지는 1개가 아닌 10개 증류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곳에서는 2가지 매시빌을 쓴다. OE(옥수수75%, 호밀 20%, 보리 몰트 5%)와, 호밀이 최대 35%로 러틀리지의 주장으로는 스트레이트 버번을 통틀어 호밀 함량이 가장 높은 OB다. 두 매시빌 모두 5종의 효모를 써서 발효시킨다.
스파이시함을 위한 K, 대범란 과일 풍미를 위한 O, 꽃과 과일 느낌을 얻기 위한 Q, 허브 풍미를 위한 F, 가볍고 섬세한 과일을 위한 V다. 이 2가지 매시빌과 5종의 효모로 만들어진 총 10가지의 증류액은 이후에 별도로 숙성되면서, 러틀리지가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 때 활용할 아주 다양한 폭의 풍미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각각의 통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심지어 단층 숙성고조차 맨 아래 단과 6단 사이에 차이가 난다. 덕분에 러틀리지는 다양한 변형 제품뿐만 아니라 복합적이고도 일관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기에도 유리한 유연성을 누리고 있다.
제품별로 다양한 블렌딩이 가능하기도 하다. 싱글 배럴(OBSV)과 완전히 다른 옐로우 라벨(10종의 변형 증류액을 모두 섞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면, OBSK, OESK, OESO, OBSO의 다양한 숙성연수 증류액을 블렌딩 한 스몰 배치 제품도 생산 가능하다.
모든 제품에서 매력적인 부분은 호밀 풍미의 발현 방식이다. 보통 버번을 맛보면 매혹적이도록 부드러운 옥수수와 오크 풍미로 시작했다가 피니시에 가서 호밀의 스파이시함이 공격을 가하는 양상의 큰 변화가 일어난다. 포 로지스에는 이런 느낌이 없다. 호밀 풍미가 풍부하지만 달콤함에서 스파이시함으로의 전환이 아주 매끄럽게 이어져, 스파이시함의 펀치가 어루만지는 손길처럼 변장해서 다가온다. 러틀리지는 마침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었다.
포 로지스 시음노트
배럴 스트렝스 15년 싱글 배럴 104.2˚ / 52.1%
향 : 솜사탕 같은 달달함. 유칼립투스, 오크 향
맛 : 향기롭고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경쾌한 향신료 풍미가 난다. 풍선한 과즙의 질감에 향신료와 토피 애플 풍미가 더해져 밸런스가 맞춰진다.
피니시 : 좀리하고 스파이시하다.
총평 : 밸런스가 좋고 뼈대가 가는 인상을 준다.
차기 시음 후보감 : 사제락 18년
옐로 라벨 80˚ / 40%
향 : 온화하고 살짝 달큰하면서, 특유의 꽃 향이 전해온다. 복숭아 향이 희미하게 감돌다 은은하고 달콤한 향신료 향이 이어진다.
맛 : 약간의 바닐라 깍지 풍미와 함께 부드러운 특색이 이어지다 살짝 톡 쏘는 올스파이스와 정향 풍미와 레몬껍질의 느낌이 다가온다. 배리류의 맛에 이어 톡 쏘는 사과 맛이 난다.
피니시 : 호밀 풍미가 잠깐동안만 확 밀려왔다 가라앉으면서 다시 느긋함을 띤다.
총평 : 절제미와 개성을 갖추고 있다.
차기 시음 후보감 : 메이커스 마크, 157
브랜드 12 싱글배럴 109.4˚ / 54.7%
향 : 멘톨/ 유칼립투스, 향신료 가루 향이 물씬하다. 호밀 특색이 두드러지다 마지팬과 코코넛 향이 이어진다. 강렬하면서 기품이 있다.
맛 : 다시 한번 강한 멘톨 풍미가 다가와 향기로우면서 얼얼하다. 떫은맛을 띠는 오크 풍미가 구조감을 잡아준다. 오렌지 껍질과 다크초콜릿의 쌉싸름한 느낌이 있지만 단맛이 충분해 밸런스가 맞추어진다.
피니시 : 달콤하지만 대담하다.
총평 : 풍미를 힘 있게 전달해 준다.
차기 시음 후보감 : 로트 40
브랜드 3 스몰 배치 111.4˚ / 55.7%
향 : 호밀의 스파이시함이 진하다. 올스파이스, 중국 오향분 향에 강렬한 장뇌향, 멍든 ㅂ룩은 과일 향이 어우러지면서 그 뒤로 달콤한 오크 향이 이어진다.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맛 : 첫맛으로 페퍼민트 맛과 함께 체리맛 목캔디 맛이 다가온다. 진짜로 머리를 맑게 해주는 특색이 있다. 중간쯤에서 기분좋은 가벼운 흙먼지 내음이 돌기 시작하는가 싶다가 강한 시트러스 맛과 익힌 과일 맛이 몰려온다.
피니시 : 향신료 뿌린 사과와 오크 풍미
총평 : 밸런스가 잡혀 있다. 대담하면서도 섬세하다.
차기 시음 후보감 : 와이저드 레드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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