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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브라클라(Royal Brackla)

by 주류탐험가K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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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브라클라에 다다르면 곧 피비린내 서린 지대로 깊숙이 들어서게 된다. 바로 근처에 클로든 전투지만이 아니라, 셰익스피어에 따르면 맥베스가 국왕을 시해한 곳인 코더성도 있다. 따라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황량한 히스 벌판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러니 로얄 브라클라를 접한 후 오래 남는 인상이 고요함이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육중한 보안문을 열고 당화장에서 증류장으로 들어서면 4대의 증류기 중 2대의 사이로, 증류소 내 호수가 내다보인다. 올해 수확된 보리의 향에 스피릿 세이프에서 피어오르는 증기의 취기 오르는 향이 섞여서 풍겨오기도 한다. 

 

이 목가적인 부지에서 클리어릭 즉 뉴메이크가 증류되기 시작한 시기는 윌리엄 프레이저 선장이 자신의 증류소를 세웠던 1812년으로 거슬러 간다. 지역민들로선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었을 테지만 당시에 그는 밀주로 쏠쏠한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레이저의 위스키는 자체적으로 명성을 쌓기 시작하더니, 1835년 윌리엄 4세로부터 위스키 최초로 로얄워런트를 부여받게 되었다. 덕분에 이 증류소는 그 순간 이후로 평판을 확실히 보장받았다. 

 

다음은 1836년에 로얄 브라클라가 내보낸 광고 문구다. "왕실이 인정한 이 위스키는 프레이저의 로얄 브라클라 증류소에서 국왕 폐하를 위해 특별히 증류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입맛과 성향에도 잘 맞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는 유일한 몰트위스키라 자부합니다. 피트 풍미가 있으나 결코 지독하지 않습니다. 강하지만 거칠지 않아 칵테일 펀치나 토디를 만들기에 최상의 선택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껏 로얄 브라클라의 품질은 블렌더의 실험실 밖에서는 좀처럼 인식되지 못했다. 말하자면 로얄 브라클라는 자체 증류소를 소유하고 있는 듀어스 제품 같은 여러 블렌디드 위스키에 복합성을 더해주기 위해 사심없이 자신을 헌신적으로 바쳐온 또 하나의 최상급 싱글몰트에 해당된다. 하지만 도대체 왜 소유주 가운데 아무도 이런 증류소의 관광 잠재성을 알아보지 못했는지를 생각하면 놀랍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요즘엔 피트 처리 없이 강력하고 에스테르 향이 있는 뉴메이크를 만들기 위해 이곳의 정경만큼이나 온화한 방식의 제조 공정을 이어간다. 맑은 워트를 만들기 위한 저석 매싱, 장시간의 발효, 환류를 일으키는 느긋한 증류를 통해 에스텔 향과 경쾌하고 강렬한 느낌을 띠는 특유의 그 스피릿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스피릿은 빈약하기보다는 존재감을 띠는 스타일이 된다. 유럽산 오크의 돌봄도 잘 견뎌낸다. 

 

이제는 관람이 허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희미한 셰리 풍미를 띠는 왕실이 인정한 위스키가 다시 한번 정식 제품으로 병입될 수 있게 되었다. 프레이저 선장과 그의 후견인도 틀림없이 이런 변화를 승인해 주었을 것이다. 

 

로얄 브라클라 시음 노트

뉴메이크

: 과일 향/ 오일리함에 더해 자기류의 차가움. 오이향

: 바늘로 찌르는 듯 톡 쏘는 느낌. 파인애플, 풋사과, 덜 익은 과일의 맛, 아주 깔끔하고 살짝 오일리하다. 

피니시 : 풀의 풍미

 

15년, 리필우드 캐스트 샘플

: 오크에서 우러난, 자기 주장이 강한 스파이시함, 잘 익은 사과와 시나몬/ 메이스의 향. 여전히 오이 향

: 본연의 순수한 풍미를 간직하고 있다. 가벼운 꽃/라일락 풍미. 혀 가운데 쪽에서 크렘브륄레의 맛이 살포시 감돌다 사라진다. 점차 칼바도스와 태운 자이로스 맛이 희미하게 번진다. 

피니시 : 크림 토피의 풍미가 농익게 느껴지다 상쾌한 신맛으로 마무리된다. 

총평 : 2,3차의 향으로 진전되었다. 이제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25년 43%

: 몰트의 단 향에, 샌달우드, 체리, 향신료, 땅콩 껍질의 향, 커스터드 크림 향기.

: 멜론과 살구 계열 과일의 단맛, 달콤한 바닐라 커스터드 풍미가 맛을 주도하면서 그 밑으로 약간의 견과류 맛이 깔려 있다. 견고한 오크 풍미

피니시 : 드라이함과 견과류 풍미

총평 : 뉴메이크의 스타일보다 좀 더 몰티 하지만 달콤함이 풍미를 지배한다. 

1997 캐스크 샘플 56.3%

: 옅은 밀짚색, 강렬함과 에스테르 향, 라임과 솔잎/ 가문비나무 싹 향기가 아주 조밀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여기에 풋사과 향이 어우러진다. 상쾌하고 활기차다

: 약간의 키위 맛에 은은한 오이맛까지 더해지며 깨끗한 인상을 준다. 아주 상쾌하다. 물을 희석하면 풍부한 질감이 좀 느껴지고 풍미가 살짝 온화하게 퍼진다. 

피니시 : 조밀하고 깔끔한 여운 속의 신맛

총평 : 그 강렬함이 정말 브라클라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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